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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든다?

입력 2024-07-05 11:20 수정 2024-07-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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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리나라 상속세 체계가 가업승계 관련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을 하고 있다가 물려주는 시점이 됐을 때 세금을 내고 나면 기업 경영권이나 기업 자체를 물려줄 수 있을지 불확실해지는, 특히 대주주 할증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60% 세금을 내게 되면 상당한 부담이 있습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2024년 6월 16일 일요진단)

JTBC는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의 밑그림이 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공개 발언을 중심으로 상속세 문제를 팩트체크했습니다.


1회와 2회에선 상속세 '최고세율'과 '이중과세' 문제를 각각 다뤘습니다.

마지막회는 성 실장이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밝힌 '최대주주 할증'에 대해서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3일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도 폐지' 등을 담은 '역동경제 로드맵'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밸류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① 최대주주 할증 20%는 가업승계 부담?


성 실장은 상속세 최고세율 50%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최대주주 할증 20%'가 '가업승계'를 위한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세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관련 조항을 찾아 분석해봤습니다.

'최대주주 할증'은 유가증권(주식) 등의 평가를 규정한 상속세법 제63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다가 2019년 상속세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부터 대통령령이 정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엔 적용되지 않습니다.

조문대로면 최대주주 할증 20%는 대기업 최대주주에게만 적용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문 비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문 비교


가업승계 관련 조항도 살펴봤습니다.


가업승계의 '가업(家業)'은 상속세법상 가업상속공제를 규정한 제18조의2 제1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소기업과 영업년도 매출 평균 5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피상속인(재산을 남긴 사람)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을 말합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1987년 도입됐습니다.

이 때문에 더 내야 하는 '할증'이 아닌 덜 낼 수 있는 '공제'가 규정된 겁니다.

현행법상으론 사업을 계속 이어온 기간에 따라 300억 원에서 600억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고, 추가 공제 금액을 빼고 남은 자산의 규모에 따라 상속세가 정해집니다.

다만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가업은 매출 평균 5천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입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대상(중견 매출액 기준 폐지) 및 공제액 한도 600억 원에서 1200억 원 확대' 부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관련 조문을 분석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대주주 할증 20%'와 '가업승계'는 관계가 없습니다.
 

② 최대주주 할증 20% 과도하다?


그렇다면 최대주주 할증 20%가 과도한 걸까요?


최대주주 할증제가 도입된 건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입니다.


"지배주주의 소유 주식이 일반의 소유 주식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음을 반영하겠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경영권 확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이를 일반 주식보다 비싸게 사고파는데 따른 겁니다.

# 현행 20% 할증...현실은 100% 넘는 기업도
지난해 롯데케미컬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 지분 53.3%를 당시 주가의 2배가 넘는 2조 5377억원에 사들였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를 넘은 겁니다.

2021년 남양유업과 영풍제지 역시 최대 주주 지분 매각에 시세 대비 각각 87%, 70%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에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두 상속가액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20%보다 더 높은 셈입니다.

최대주주 할증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찾아봤습니다.

# 헌재 "지배권 프리미엄 정당한 평가가 조세 정의"
최대주주 할증 위헌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2007헌바82)

최대주주 할증 위헌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2007헌바82)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는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할 때 할증 과세를 하는 것이 합헌(2007헌바82)이란 결론을 낸 바 있습니다.


헌재는 "상속세법 제63조 제3항은 최대주주 등의 주식에 포함되어 있는 지배권 프리미엄을 정당하게 계산해 그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정당한 조세부과를 하는 규정으로 실질과세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의 주식에 대해 가산율을 규정한 것이 지나치게 과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해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세 정의 실현이란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헌재 결정과 국내 대기업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최대주주 할증 20%는 과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③ 상속세 감면이 기업 밸류업(가치상승)?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과 상속세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역동 경제 로드맵'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라는 항목에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상속세 개편 내용이 담겼습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 보도자료(7p) 중 상속세 개편 방안.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 보도자료(7p) 중 상속세 개편 방안.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중견 기업 매출액 기준 폐지 ▶가업상속 공제 한도 600억→1200억원 확대


정부는 이 정책들이 '기업 밸류업(가치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세는 상속을 받는 사람이 내는 개인적인 세금입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승계자 개인이 낼 세금을 정부가 호의를 베풀어 줄여주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그 덕에 나라 경제가 산다는 논리가 됩니다.

결국 상속세 감면이 기업 밸류업에 도움이 된다는 건 호의에 기댄 희망사항인 셈입니다.

# 최대주주 할증 폐지...향후 수조원 세수 구멍

그렇다면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는 혜택은 얼마나 될까요.
2023년 대기업 총수 회사 평균 지분율(2023.10.3, 공정거래위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

2023년 대기업 총수 회사 평균 지분율(2023.10.3, 공정거래위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대기업(총자산가치 5조 원 이상)은 72개(609개 계열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기업 총수의 평균 주식 지분율은 1.7%(10.3,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입니다.

이를 지난해 대기업 시가 총액 1773조 원(2023년 7월 24일 기준, 리더스인덱스 발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기업 최대 주주의 보유 주식은 약 30조 원(1773조 원의 1.7%)으로 추산됩니다.

향후 상속을 가정해 최대 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면 약 6조 원 가량이 상속 과세 대상액에 포함됩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와 성장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윤석열 정부는 이 돈에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을 징수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 지원 리서처 : 이채리 박지은]



* 자료 출처
법제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국회 회의록, 제13대 15차 재무위원회 상속세법 개정 등(1991)
헌법재판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관한 위헌소원 결정문(2007헌바82)
대법원, 남양유업 주식 양도 소송(2024.1.4. 2023다225580)
세무학연구,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22, 황선필·조형태·윤재원)
나라살림연구소, '한국 상속세, 대주주 할증 과세가 아니라 오히려 할인 과세'(2024.2.22)
기획재정부,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2024.7.3)
리더스인덱스, '대기업 집단 상장 7개월 새 350조 증가'(2023.8.1)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2023.10.3)


〈JTBC '상속세' 팩트체크〉


[팩트체크] 상속세 OECD 2위...전면 개편해야 한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2017

[팩트체크] 상속세, 재산세 징수 잘되니 이중과세?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2971


[팩트체크]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든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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