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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리나라가 동남아성 기후로 바뀌었다?

입력 2024-07-26 10:01 수정 2024-07-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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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와 또 달랐습니다. 이제 비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전북 군산에선 한 시간 동안 146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군산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1246㎜인데 1년 내릴 비의 11%가 넘는 양입니다.

기상청은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강한 비라고 밝혔습니다.

2년 전 전조(前兆)가 있었습니다.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1시간 만에 141.5㎜의 비가 내렸습니다.

군산 폭우가 이 기록을 2년 만에 뛰어넘은 겁니다.

장동언 기상청장이 이달 초 “최근 100년 빈도의 폭우가 30년 빈도로 나타나면서 과거 기록을 토대로 산출하는 빈도가 무의미해졌다. 올해도 2년 전 최악의 폭우가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됐습니다.

올해는 결국 초국지성 호우에 '누더기 비'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7월 18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충남 당진시 당진천. 〈사진=연합뉴스〉

7월 18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충남 당진시 당진천. 〈사진=연합뉴스〉

지역 편차가 극심한 것을 표현한 것인데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 서부와 동부의 날씨가 각각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한국엔 장마가 없어졌고, 동남아와 같은 날씨에 스콜의 일상화가 된 것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그런지 확인해 봤습니다.
 

① 강원도 원주에서 내린 비, 스콜일까

7월 11일 강원도 원주에 내린 국지성 호우.

7월 11일 강원도 원주에 내린 국지성 호우.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에서 내린 비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눈으로도 규모가 확인되는, 좁고 어두운 구름 사이로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에 동남아성 스콜(squall, 열대성 강우) 아니냐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상청과 전문가들의 분석으론 스콜과 그 양상이 달랐습니다.

첫째, 구름을 만들어내는 수증기의 공급처입니다.

스콜은 열대 기후에서 특정 시간대에 강하게 내리는 강우 현상을 말합니다.

평평한 지역에서 지반 가열을 통해 수증기가 발생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반도 외부에서 수증기가 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비가 내리는 과정입니다.

스콜은 많은 양의 데워진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온이 내려가면서 갑자기 응결돼 비가 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층부의 차가운 공기와 수증기가 충돌하면서 비가 내리는 형태입니다.

스콜은 순수하게 수증기의 열적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한국형 국지성 호우는 바람이나 기류에 의한 영향이 큰 겁니다.


당시 비가 스콜처럼 보인 건 수평적인 기류, 즉 바람이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원길 기상청 통보관은 “모여있던 수증기가 대기 불안정으로 상승해 상층부의 공기와 부딪히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원주 비는 국지적인 지역에 내린 소나기 현상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원주에서 나타난 현상이 스콜이란 건 사실과 다릅니다.

 

② 한국은 이제 동남아성 기후인가?


동남아시아는 아열대 기후로 분류됩니다.

기상청은 아열대 기후를 '가장 추운 달이 18도 이하이면서 월 평균 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트레와다(Trewartha) 분류)일 때로 봅니다.

기상청이 2022년 10월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 영향조사' 보고서에서 좀 더 정확히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2000~2010년 우리나라에서 14개 지역(포항·울산·창원·부산·통영·목포·여수·완도·제주·고산·성산·서귀포·거제·남해)이 이미 아열대 기후형으로 구분됐습니다.

2010~2020년에선 광주광역시까지 포함되면서 총 15곳으로 늘어 전체 국내 66개 관측 지역 가운데 22.7%가 이미 아열대 기후로 분류됐습니다.

해당 자료는 4년 전까지의 조사 결과가 담겼습니다.

최근에는 어떨까요.


팩트체크팀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 데이터를 확보해 아열대 기후 기준에 해당되는 지역을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은 2022년 이미 아열대 기후 분류 기준에 포함됐습니다.

4~11월까지 8개월간 10도를 넘었고, 기온 평균도 19.6도로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습니다.

2021년과 2023년엔 11월 평균 기온이 10도보다 조금 낮았을 뿐 나머지 7개월 평균 기온이 22도, 22.4도였습니다.

올해는 6월에 서울의 평균 기온이 24.6도였는데, 2021년 22.8도, 2022년 23.3도, 2023년 23.4도와 비교해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도 아열대 기후에 근접해 있는 겁니다.

여기에 서해 백령도와 동해 강릉이 2021, 2022년 모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났고 경북 울진과 강릉은 2023년 3~11월 9개월이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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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상청이 '국내 기후정보 개발 및 서비스 개선 연구'(2015)에서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2041년~2070년 사이 서울, 수원, 대전, 청주 등 일부 중부지역과 강원 영동, 내륙 고지대를 제외한 남부지방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이 동남아 기후로 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③ 잦아지는 국지성 호우는 기후 변화 때문?


과거 장마라고 하면 한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매일같이 비가 내리는 날씨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예측할 수 없는 폭우, 재난에 가까운 폭우가 내려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과거 1900년대 평균 강수일수는 154.4일이었는데 최근 30년 평균은 133.2일(1991~2020)로 100여 년 만에 연중 비오는 날 수가 21.2일 줄었습니다.(기상청,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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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에만 133.2일에서 129.6일로 연중 평균 3.6일 적어졌습니다.

반대로 강수량은 109년 만에 1180mm에서 1315mm로 135mm 늘었습니다.

그만큼 하루에 또는 시간당 쏟아지는 강수량이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기상청 데이터를 분석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23년까지 50년간 극한호우(시간당 50mm 이상)가 발생한 횟수도 1974~1983년 연평균 7.8회에서 2014~2023년엔 18.9회로 40년 사이 2.4배로 증가했습니다.

비 내리는 횟수는 줄어드는 반면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경우가 그만큼 늘었습니다.

국지성 호우 예측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기상과학원 산하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는 2022년 8월 8~9일 서울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집중 호우의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2022년 8월 8일 14~18시 천리안위성 2A호 한반도 지역 위성영상.

2022년 8월 8일 14~18시 천리안위성 2A호 한반도 지역 위성영상.

비는 대규모, 중규모 기상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태풍이 만들어낸 수증기가 중국 내륙지방에 다량으로 공급됐고 이는 8일 서해상을 지나며 대류성 강수대를 형성한 뒤 수도권에 머무르던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나 폭우로 이어진 겁니다.

연구책임자인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강한 비가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서해상을 지나 공급된 수증기가 유입된 것”이라며 “이는 남중국해의 태풍이나 서해의 수온 상승 등으로 인한 수증기 변화가 집중 호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8월 8일 서울 지역 집중호우 발생 과정 모식도 〈출처 : '장마철 집중호우 특성 분석 및 예측성 향상 기술 개발' 보고서(2024)〉

2022년 8월 8일 서울 지역 집중호우 발생 과정 모식도 〈출처 : '장마철 집중호우 특성 분석 및 예측성 향상 기술 개발' 보고서(2024)〉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68년 대비 2023년 서해 수온은 1.27도 높아졌습니다.


수온이 1도 상승하면 강수량은 7% 늘어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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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태풍이 많이 발생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집중호우도 많아졌습니다.

일례로 남중국해에서 12개의 태풍이 생긴 2020년 우리나라에서 강한 집중호우가 6차례 발생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 잦아지는 국지성 호우는 기후 변화로 인한 태평양, 서해안 수온 상승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 지원 리서처 : 이채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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