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10원 줍기'에 점심시간 바글바글…고물가 속 '재발견'

입력 2023-02-23 21:06 수정 2023-02-23 21:3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10원짜리 동전은 길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다고들 했는데, 올라도 너무 오른 물가 탓일까요. 10원을 모으고, 또 아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재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한적했던 미술관 앞이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모두 약속한 듯 휴대전화를 들고 서 있는데, 여러 대를 한 손에 든 모습도 눈에 띕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스마트폰으로 10원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직장인들이 이곳으로 몰린 건데요.

어떤 일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정미경/서울 정릉동 : (앱을 누르면) 처음엔 10원씩 주다가 20명이 넘어가면 1원씩 주는… 물가가 상승이 됐으니 커피 한 잔 사 먹으려고.]

한 은행이 기획한 행사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주변을 걸을수록 돈이 더 쌓입니다.

[김갑진/서울 독산동 : 벌써 한 300~400원 번 것 같아요. 얼마 전에 50원이 떨어져 있는 걸 땅에서 봤거든요. 그게 정말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치솟은 물가는 소비하는 방법도 바꾸었습니다.

평범한 옷가게처럼 보이지만, 가격표가 낯섭니다.

[황재민/중고 옷가게 사장 : '가격이 어떻게 돼요?' 물어보면 저희 킬로그램당이에요.]

어머니와 딸이 고른 옷을 옷걸이에 가득 채웠습니다.

[조가은 전지윤/인천 서구 : 될 수 있으면 조금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꼭 필요한 거 아니면 안 사려고…]

옷값을 내기 전에 저울에 무게를 답니다.

[직원 : {거의 10벌 정도 넘는 것 같은데.} 이제 4.2㎏ 나와서 12만1800원.]

손님들은 예쁜 옷만큼이나 가벼운 옷에도 손이 갑니다.

치마 한 벌을 저울에 올리니 280g, 가격은 8,120원입니다.

[박진욱/서울 구의동 : 새 옷이면 한 벌? 한두 벌 살까 말까, 여기서 10만원 정도면 네다섯 벌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담배꽁초로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구민이 꽁초를 주워 오면 1g당 서울 성동구는 30원, 용산구는 20원을 줍니다.

동네를 직접 치우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참여하는 구민이 늘고 있습니다.

[권남형/서울 한남동 : (밥값이) 1만9000원 이렇게까지 올라가는 데도 많으니까. 10원, 20원이라도 100개를 모으면 그걸로 1000원이 되고 2000원이 되고 하면, 당연히 의미가 있죠.]

직접 담배꽁초를 주워 봤습니다.

최소 200g 이상 모아야 하고, 젖거나 이물질이 있으면 안 됩니다.

제가 1시간 정도 꽁초를 주웠는데요.

무게를 달아 보니 280그램 정도 됩니다.

그램당 30원이니까 8천 원 정도를 번 셈입니다.

꽁초를 들고 주민 센터로 찾아가 봤습니다.

[상태가 다 좋은 담배꽁초를 가져오셔서…일부러 적셔서 오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이동규/서울 금호2·3가동 주민센터 주무관 : 무턱대고 오셔서 한 주먹 갖고 측정을 해달라는 분도 계셨고… 노인분들 물어봤을 땐 손주 과자 사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1그램에 30원, 한걸음에 10원.

고물가 시대, 무심코 지나쳤던 10원의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티끌을 모아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이 10원의 가치는 동전 그 이상일지 모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박도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