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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밥값 마련하러 중고장터로…고물가에 휘청이는 고령층의 삶

입력 2023-02-16 20:53 수정 2023-02-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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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솟은 물가 때문에 수입이 없는 노인들의 삶은 더 휘청이고 있습니다. 밥 한 끼 먹을 돈을 벌기 위해서 집에서 쓰던 물건을 팔러 길거리로 나오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정재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동묘의 영도교 위입니다. 곳곳에 이렇게 좌판을 깔고 중고 물건을 팔고 있는데요.

주전자, 스케이트화, 입던 옷들부터 라면이나 치약, 컵밥 같은 음식까지 팔고 있습니다.

물가가 많이 오르자 어르신들이 중고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겁니다.

무엇을 팔든 얼마에 주든, 파는 사람 마음입니다.

[이것도 3000원. {간장이 3000원이야?}그러면 500원에 줄게. 가져갈래요?]

[라면 사셔! 3개 2000원!]

이런 벼룩시장이 매일 2시간 남짓 열립니다.

[손님 :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갖다 파는 거니까. 휴대폰 잭도 이런 데선 1000원, 2000원이니까.]

주변 상가들은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주변 상인 : 손님들이 안 들어오려고 하죠. 풍물시장에 가셔야 할 텐데 여기서 파시니까.]

연이은 민원에 단속이 이어지지만 물건을 팔러 오는 노인들이 줄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거 팔아야 라면이나 먹는데 뭐.]

같은 시간, 종로의 무료 급식소에도 긴 줄이 늘어섭니다.

밥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복지관에서) 밥 4000원씩 주고 사 먹고 그것도 또 아끼려니까, 가끔 여기 한 번씩 오고 그래요.]

자판기 커피는 500원을 넘지 않고, 인근 이발소는 6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높은 물가에 떠밀려 지난해 1000원이 올랐고, 노인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김선자/이발소 운영 : 1000원도 큰 거거든요, 수입이 없는 분들한테는. 1000원 올리고 나서 손님이 거의 3분의 1은 떨어졌어요.]

텅 빈 주머니를 채우려 노인들은 일터로 향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나선 노인이 10년 동안 점점 늘었습니다.

일흔넷 김연자 씨는 아이 돌보는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됐습니다.

매일 3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7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김연자/서울 도림동 : 많이 어려워졌죠. 아저씨 돌아가시고 아저씨 수입도 없어지고…]

65세가 넘으면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어 더 걱정입니다.

[김연자/서울 도림동 : 만약 실업을 당했을 때 대책도 없이 놀 수밖에 없는 거야.]

최근 관련 단체들은 65세가 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고, 젊은 날의 성과를 뒤로한 채 생존을 고민하는 한국 노인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신하경 / 인턴기자 : 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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