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 폭력, 하루 이틀 일 아니지만 최근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죠. 이런 폭력은 약하고 느리고, 경쟁에서 뒤진 아이를 대상으로 삼을 때가 많은데, 느리고 뒤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른바 '경계선 지능인'인데요.
어떤 아이들이고 이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떤지, 이해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3살 여자 아이는 6학년이 되도록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그린 학교는 크고, 텅 빈, 무미건조한 곳입니다.
수업 시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교실 뒤편에서 고개 숙이고 있던 기억뿐입니다.
[김모 씨/경계선 지능 학생 어머니 : 무서워하더라고. 학교를 못 가겠다는 거예요.]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김모 씨/경계선 지능 학생 어머니 : 나이가 먹어가는데 성숙도가 필요하잖아요. 그 또래에 맞게. 근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아이는 IQ 71에서 84 사이, 이른바 경계선 지능인입니다.
IQ 71 미만이면 지적 장애인이지만, 아이는 장애인도 보통도 아닌 말 그대로 경계에 있습니다.
또다른 13살 남자아이, 따돌림이 일상이었습니다.
[정진희/경계선 지능 학생 어머니 : (친구들이) 원시인 놀이 하자고 같이 웃통을 벗자고 했대요. 옷을 들고 도망을 갔었고…저희 아이 성기를 발로 밟고…]
학교는 울타리가 돼주지 못했습니다.
[경계선 지능 학생 : (애들이) 너 평범한데 왜 학교 안 나오고 XX이냐고…제가 없는 단톡방에도…]
친구들이 마냥 좋은 8살 아이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모 씨/경계선 지능 학생 어머니 : 친구가 좋아서 이렇게 껴안고, 만지는 건데. 만졌다는 이유로 학부모들 항의 전화나…]
이 아이들에게 학교와 친구들은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입니다.
[김현수/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성장하면 할수록 지적인, 사회적인 격차가 드러나면서 만성적인 실업군이나 고립된 1인 가구가 되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아직 개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학교 관계자 : 전문적으로 하신 분들이 현장에 배치된다고 하면 훨씬 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부모들이 '품앗이'로 맞춤형 교육에 나서기도 합니다.
[짜잔! 버스가 여기 있는데…짜잔. 그치? 그래도 너무 잘했다.]
전문 지식도, 교재도 제대로 없지만 서로 이해하는 친구들이 모인 것만으로 의미 있습니다.
[이동원/'느린학습자' 프로그램 강사 : 아이들 표정도 변화된 것 같고 걸음걸이가 활기차진 것 같은…]
우리가 배려하지 못했지만 학령 인구 10명 중 한 명은 경계성 지능인입니다.
(영상취재 : 정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