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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표 내고 왔어요"…다양한 방식으로 명맥 잇는 해녀

입력 2023-02-22 20:48 수정 2023-02-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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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국에서 온 며느리부터, 소라 캐며 '브이로그'를 찍는 MZ세대까지. 요즘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해녀들 모습은 참 다양한데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 바다에,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공연입니다.

[쿵쿵 찧어라. 쿵쿵 찧어라.]

물안경을 쓴 이들은 해녀.

이번엔 진짜 바다로 나갑니다.

[정영애/제주 한림읍 귀덕2리 해녀 : 나 쑥 캐야 해. 이렇게 해서 닦는 거야. {닦으면 뭐가 좋아요?} 눈이 환하게. 기름이 안 껴.]

산소통도 없는 맨몸.

숨을 크게 쉬고 물에 들어갑니다.

[돌미역! 이거 완전 맛있어.]

욕심은 버리고 바다가 허락하는 만큼 머뭅니다.

[소라 잡았다! 두 개 잡았다!]

해녀들은 안전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테왁'이라 부르는 부표로 다른 해녀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합니다.

이 테왁 위에 올려져 있는 것들이 방금 해녀들이 건져 올린 성게인데요.

반으로 갈라봤더니 이렇게 노란 성게알이 보입니다.

[정영애/제주 한림읍 귀덕2리 해녀 : 맨손으로 먹어. {저 먹어도 돼요?} 달지? {맛있어요.}]

강인함과 연대 정신으로 대표되는 해녀의 삶은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때 2만 명이 넘던 해녀의 수는 계속 줄어 이제 3000명 남짓입니다.

열 명 중 여섯 명은 일흔을 넘겼습니다.

생계를 위해 대부분 밭농사도 같이합니다.

이 마을의 막내 해녀는 마흔여섯 살, 필리핀에서 왔습니다.

[델리아/제주 한림읍 귀덕2리 해녀 : 우리 시어머니가 해녀. {해보니까 어떠세요?} 좋아요. 왜냐하면 필리핀엔 이런 해녀가 없어요. 제 고향은 바다와 멀었어요.]

해녀의 명맥을 잇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해녀 학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교 안엔 졸업생 사진이 걸려있는데, 50명 가까이가 실제 해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성근/제주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장 : (문의) 많이 와요. 아예 뭐 한 달 정도 휴가를 내서 여기서 살면서 (수강)하는 사람도 있고.]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접고 해녀가 된 1987년생도 있습니다.

[문준혜/제주 남원읍 하례리 해녀 : 사무직이었거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앞으로 10년도 내가 계속 살아왔던 것처럼 살아도 될까?]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3년 전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해녀가 되고 싶다고 하자, 50년 차 해녀는 선뜻 물안경부터 물려줬습니다.

[문준혜/제주 남원읍 하례리 해녀 : '이거 너 얼굴에 맞으면 써라'라고…회장님 성함 위에 제 이름을 이렇게 썼어요.]

'해녀 유튜버'이기도 한 문씨는 사원증 대신 해녀증을, 가방 대신 그물을 챙기는 삶에 만족합니다.

[문준혜/제주 남원읍 하례리 해녀 : 물질도 하고 봄에는 고사리 캐러 다니고. 그게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이제 해녀는 물려받은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 돼 가고 있습니다.

시대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해녀의 삶에 담긴 가치입니다.

맨몸으로 들어간 물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를 보고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는 겁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해녀콩 in Jeju')
(작가 : 강은혜 /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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