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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준 차 지키려던 청년도, 인생 2막 꿈꾸던 주부도 끝내…

입력 2022-09-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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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풍 힌남노가 포항 지역에 남긴 가장 큰 피해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갔던 아파트 주민들이 참사를 당한 사고였습니다.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7명의 귀한 목숨이 희생됐는데요. 형에게 선물받은 차를 지키지 못했다며 마지막까지 미안해했던 20대 청년도, 인생 2막을 준비하던 50대 주부도 끝내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늘 엄마를 먼저 챙기던 15살 든든한 아들은 결국 엄마와 함께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22살 서 모 씨는 그제(6일) 새벽, 차를 빼라는 방송을 듣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형이 선물해 준 차가 있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 해병대를 제대한 서 씨였지만 차 안에서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서 씨는 마지막 순간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희생자 고모 : 형 차니까 굉장히 아낀 것 같아. 마지막에 형하고 통화를 했다고 하더구먼. 형 차 못 가지고 나간다고. 그게 마지막 전화야.]

55살 허 모 씨는 집의 도배를 바꾸려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차오른 물 때문에 한순간에 휩쓸렸습니다.

가족들은 생존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잠시 기대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희생자 딸 : '하천 범람의 위험이 크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면 위험합니다'라고 했으면 그때 마지막에 본인 선택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15살 김 모 군은 엄마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친구보다도 늘 엄마가 우선이던 살가운 아들이었습니다.

엄마는 14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김 군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김 군의 단짝친구는 떠난 친구의 휴대전화에 수십 통의 작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희생자 친구 : 걔가 매일 하던 말이 '너보다 오래 살 거니까' 이런 말을 계속 매일 했는데 이렇게 가버리니까…]

71살 남편과 65살 아내도 지하주차장에 함께 내려갔습니다.

금실이 좋았던 부부는 그렇게 한날한시에 가족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희생자 가족 : 물이 많이 찼으면 안 들어가잖아. 물이 그때는 얼마 안 찼으니까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들이닥치고 그랬지. 그러니 못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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