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월요일, 서울 신림동의 일가족 참사가 일어날 무렵에 있었던 일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주민 3명이 반지하 방들을 돌며 창문을 깨고 5명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저녁, 서울 신림동.
반지하 층과 연결된 빌라 지하 주차장이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그때 주변을 살피던 이곳 주민 한백호 씨와 박병일 씨의 귀에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쪽은 물이 가득 차 있고, 반대편 창문엔 방범창이 달려있는 상황, 박씨는 2층 집으로 뛰어가 망치를 가져왔습니다.
[한백호/서울 신림동 : 이렇게 있던 것을 뜯어낸 거죠. 다 뜯어내서. 이걸로 망치로 해서 깨 가지고 나오시게.]
당시 이 집 안엔 3명의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경점순/구조자 : 문이 안 열리는 거예요. 물이 하도 차 버렸으니까. (창살 때문에) 체격이 있으니까 못 나가니까.]
구조된 가족들은 눈물이 쏟아집니다.
[경점순/구조자 : 너무너무 고맙죠. 멀리 있는 친척들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예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30분쯤 뒤엔 맞은편 오피스텔 반지하에 갇힌 주민도 구했습니다.
한 시간 사이 또 다른 주민 유인철 씨와 함께 이들이 반지하 집 3곳에서 구해낸 주민은 모두 5명입니다.
[정해순/구조자의 어머니 : 진짜 고맙습니다. 야, 누나 살려준 사람이란다. 진짜 감사합니다. 아직까진 인정이 살아 있어요. 여기 이 화장실 문으로 (우리 딸을) 빼준 거예요.]
[유인철/서울 신림동 : 어떻게 하든 사람은 구해야 할 것 아니에요. 결국, 나왔으니까 다행이지.]
이날 저녁 8시 반부터 불과 20분 사이 119가 응답을 못 해 대기로 넘어간 신고가 400건이 넘었습니다.
신고가 빗발치며 접수조차 안 됐던 상황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방은 물이 한순간에 몰려 들어오기 때문에 초기에 빨리 대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