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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1㎞ '불통 다리' 못 건너 15㎞ 돌아가는 운전자들

입력 2022-06-10 20:36 수정 2022-06-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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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을 잇는 1km 남짓한 우륵교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왕복 2차로에 차선도 있는데 10년째, 자동차는 건너다니지 못합니다. 한 쪽에선 다니게 해달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안 된다고 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왜 그러는지, 방법이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낙동강에 설치된 강정고령보, 그 위로 긴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강정고령보 위에 세워진 우륵교입니다.

왕복 2차로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구조인데요.

하지만 다리 입구로 와보면 차량 차단봉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는 차량 차단기까지 있어서요, 아예 차량이 다닐 수 없게 해놓은 겁니다.

길이는 810m, 2013년 완성된 이 다리는 경북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째 차가 다니지 않습니다.

대신 자전거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고령군 주민들은 답답합니다.

[김외숙/경북 고령군 평리리 : 아예 (다리가) 없으면 없다고 인정하지만 놔 있는데 못 다니니까. 우리가 마음이 불편하지.]

다리 건너편에 대형 병원이 있는데 구급차만 다리를 지나갈 수 있습니다.

[임용택/경북 고령군 평리리 : 코앞에 병원 놔두고 둘러 둘러 가라 하니까. 급한 병원 환자는 아주 불편하죠.]

지금 제 위치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이고요.

다리를 건너가면 대구 달성군 다사읍이 나옵니다.

다리 길이는 총 810m인데 걸어갔을 때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다리를 통과해 보겠습니다.

지금 10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차로 통과했다면 소요 시간은 훨씬 더 짧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륵교로 차가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차로 우회하면 상황은 좀 다릅니다.

같은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찍어 봤습니다.

거리는 15km, 33분이 걸린다고 뜹니다.

차를 타고 다리 건너편에 도착했습니다.

차가 지나올 수 없어서 우회를 했는데요.

돌아가다 보니까 36분 30초가 걸렸습니다.

이렇게 차도가 막힌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리 근처 마을 주민들과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 때문입니다.

도로가 좁고, 주변에 이미 다니는 차량이 많다는 겁니다.

[백순희/인근 식당 운영 : 나가는 차 도로가 안 돼 있기 때문에 교통이 좀 불편할 거예요.]

[인근 식당 운영 : 차들이 위험하고 누가 좋다 하겠어요. 누가 여기 놀러 오겠어요.]

고령군 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대구 시민들 입장은 또 다릅니다.

[백현/대구 이곡동 : 저는 200% 개통이 됐으면 좋겠다. (고령산업단지) 대부분 직원이 대구 분들이실 거예요.]

[백준기/대구 달성군 죽곡리 : (우륵교 거치면) 한 15분 정도가 절약이 됩니다.]

이 길은 우륵교로 이어지는 진입 도로입니다.

고령군이 30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건데요.

하지만 차량 통행이 금지되다 보니 이렇게 차를 세워두는 주차장처럼 돼버렸습니다.

다리에 차가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지만,

[노수문/대구 달성군 죽곡리 : 차량이나 모터사이클이나 여러 가지 얽히고설킬 경우에는 교통사고가 날 우려가 굉장히 많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정창윤/대구 용산동 : 도로는 잘 놔놓고 맨날 놀리니까 시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하죠. 국민의 세금으로 내는 돈으로 설치했으니까.]

[대구 시민 : 서로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전체적인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차가 다니는 게 맞다 이말이에요.]

대구 달성군은 차량 통행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대구 달성군청 안전방재과 : 차량 통행 반대하는 주민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다만, 다른 방향으로 개통을 추진해볼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대구 달성군청 안전방재과 : (대구) 다사에서 (경북) 다산 광역도로 개설이 추진됐으나 2017년도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불가 판정이 됐지만,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또 인지를 시키고 그렇게 한 번 더 추진하면…]

준공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교통도 소통도 막혀 있는 이 다리.

어떤 쪽이 더 나은 방향일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이제는 시민들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대현·김원섭 / 인턴기자 : 남궁휘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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