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인 척 '도우미' 부르고 직접 신고도
피해 업주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3년 동안 노래방 수십 곳 5억원 뜯겨
[앵커]
불법비리를 척결하는 단체라며 가짜 시민단체를 만든 뒤 노래방 업주들에게서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술을 팔거나 이른바 '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불법 영업을 한 노래방만 골라 협박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남성 두 명이 노래방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여성 두 명이 주인의 안내를 받아 남성들이 있는 방으로 향합니다.
불법 접객원, 이른바 '도우미'들입니다.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신고를 한 건, 손님인 척 '도우미'를 불러 달라고 했던 50대 김모 씨 일행이었습니다.
이들은 시민단체 '불법 비리 척결운동 충북연합회' 소속이라고 했지만, 등록도 안 된 곳입니다.
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노상민/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 2팀장 : 노래방 업주들한테 공포감을 주고 난 다음에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한 겁니다.]
옆 가게가 당하는 걸 본 업주들은 이들이 시키는대로 비싼 값에 건어물을 사고,
[피해 노래방 업주 : 오징어? 집에 김치냉장고에 잔뜩 쌓여있는데 또 사야 해요.]
못 돌려받을 걸 알면서 돈을 빌려줬습니다.
[피해 노래방 업주 : 오늘 어디가 당했다, 어디가 당했다… 그런 날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어요. 언제 우리 집으로 올지 모르니까.]
2021년부터 3년 동안 노래방 수십 곳이 5억 원가량을 뜯겼습니다.
김 씨는 전에도 이런 짓을 하다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출소한 뒤에는 더 막무가내가 됐습니다.
[피해 노래방 업주 : 너 죽이고 내가 (감)방 간다. 나는 (감)방이 좋아 가면 대장이야. 늘 이게 달려 있어 입에.]
지난 3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 어렵게 진술을 받아 김 씨를 특수공갈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보복을 당할까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더 있습니다.
[화면제공 충북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