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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더니…" 정부 말 믿었다가 '빚더미'

입력 2024-07-04 20:10 수정 2024-07-04 20:56

보증금 제도 철회에 인쇄기 무용지물
장비·인력 투자금 40억원 고스란히 손실로
조폐공사-업체 70억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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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제도 철회에 인쇄기 무용지물
장비·인력 투자금 40억원 고스란히 손실로
조폐공사-업체 70억대 소송

[앵커]

일회용 컵을 쓸 때 보증금 300원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되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2년 전 정부가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흐지부지되며 결국 폐기 수순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를 믿고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손해를 떠안게 됐습니다.

공다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거대한 인쇄기가 멈춰있습니다.

원래 일회용 컵에 붙일 바코드 용지를 찍어낼 목적이었지만 이젠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보증금 제도를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박정훈/인쇄업체 대표 : 환경부 장관이 나와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 정부 기관을 믿었지만 결국 제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죠.]

박씨는 2년 전, 한국조폐공사가 발주한 58억짜리 바코드 인쇄 사업을 따냈습니다.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장비도 새로 사고 사람도 늘렸습니다.

4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이게 고스란히 손실이 됐습니다.

[박정훈/인쇄업체 대표 : 바코드 라벨을 리딩해서 컴퓨터로 보내 확인하는 장치인데. 한 대에 1억씩 하는 기계를 전혀 쓸모없이 아무 사용도 안 하고.]

계약 물량은 14억장이지만 실제 찍어낸 건 5800만장, 4%에 불과합니다.

그러는 사이 계약은 지난해 말 끝나버렸습니다.

[박정훈/인쇄업체 대표 : 저희는 잘못한 거 없고 계약 기간 다 지켰고. 결과론적으로 저희가 받은 금액은 총 58억에서 2억밖에 없고. 너무너무 억울하고.]

천안에 있는 다른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 조폐공사와 20억원 가까운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기간 동안 찍어낸 건 계약 물량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설진영/인쇄업체 대표 : 사업 기간 끝나고 연락도 없어요. 좀 심하게 표현하면 사기당한 기분? 진짜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결국 두 기업은 조폐공사를 상대로 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조폐공사는 "환경부의 사업 축소로 공사 역시 어려운 입장이었다"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 장관 역시 "정부가 책임이 있다"면서도, "보상 금액에 이견이 있어 소송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이 손실을 떠안은 가운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란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지원 손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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