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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죽음 당할 것”...우크라이나 망명 조종사 피살, 러시아 배후 증거 공개

입력 2024-04-01 17:52 수정 2024-04-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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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망명한 러시아군 헬기조종사 막스 쿠즈니코프. 〈사진 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에서 망명한 러시아군 헬기조종사 막스 쿠즈니코프. 〈사진 로이터통신〉

러시아 암살단의 망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투항한 러시아군 조종사가 최근 총에 맞아 숨졌는데 러시아가 그를 제거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조종사가 맞은 총알이 '9mm 마카로프'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마카로프는 러시아 군과 경찰, 동구권 공산국가에서 사용되는 권총입니다.

그는 온 몸에 6발의 총을 맞은 뒤 범인들이 몰고 온 차에 다시 깔리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현지 경찰은 “찾아내서 죽이고 굴욕감을 주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투항한 조종사를 찾아내 러시아가 잔인하게 응징했다는 겁니다.

사건은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월 13일 스페인 동부 한 해안 마을 건물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6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스페인 경찰은 피해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일주일 뒤 그가 지난해 8월 헬리콥터를 타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넘어와 망명한 러시아 조종사 막심 쿠즈니코프라고 확인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러시아를 떠났다”고 말해 러시아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던 군인이었습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개는 개죽음을 당해야 한다”, “더러운 범죄를 계획한 배신자이자 반역자는 시체나 마찬가지”라며 독설을 쏟아냈습니다.
2월 13일 스페인에서 암살된 막심 쿠즈니코프(왼쪽). 그는 지난해 8월 러시아 헬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통신〉

2월 13일 스페인에서 암살된 막심 쿠즈니코프(왼쪽). 그는 지난해 8월 러시아 헬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통신〉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암살의 전모는 두달이 지나서야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쿠즈니코프는 다른 이름을 사용한 서류와 함께 발견됐습니다. 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은 현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 불에 탄 채 버려졌습니다.

범인 2명은 몇 시간동안 근처에 은신했다 몸통에 6발을 저격한 뒤 바로 사라졌습니다. 차량을 살해 이틀 전 도난당한 차였고 이를 태우는 데 특수 물질이 사용됐습니다.

쿠즈니코프 암살이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칸고스빌리 체첸 전 반군 사령관 암살 사건과 유사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단지 주차장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 등장한 살인범 두 명이 두건을 쓰고 있었으며 현장에서 재빠르게 사라진 전문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의 암살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에게 50만 달러(6억7200만원)을 지원하고 가족 보호를 약속했지만 피살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당국은 그가 러시아에 있는 전 여자친구를 스페인으로 부르는 과정에서 은신 장소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측 관계자는 ”러시아는 모든 반역자를 찾아내겠다는 선전을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다른 시민들, 특히 군인들에게 배신하면 죽는다는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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