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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얼굴·목소리 똑같은데"…딥페이크에 300억 원 털려

입력 2024-02-05 11:18 수정 2024-02-05 11:22

경찰 "화상회의 속 모든 동료가 AI로 만든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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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화상회의 속 모든 동료가 AI로 만든 가짜"

홍콩의 야경. 사진 홍콩관광청.

홍콩의 야경. 사진 홍콩관광청.


홍콩 한 다국적 기업에서 재무 담당자로 일하는 A씨는 최근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은 영국 본사에 있는 CFO, 최고재무책임자인 임원이었습니다. 메일엔 비밀 유지가 필요한 송금 건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자금을 보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뜻밖의 내용에 A씨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영상통화가 걸려왔습니다. 화상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A씨가 모두 알고 지내는 동료였습니다. 얼굴도 목소리도 A씨가 아는 그대로였습니다. 영상 속 회의가 끝난 뒤 A씨는 돈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모두 2억 홍콩 달러, 우리 돈 340억 원에 달하는 큰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기였습니다. 자금이 제대로 보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 연락했는데, 본사에선 돈을 받은 내역이 전혀 없었던 겁니다. 범죄 피해를 봤다는 깨달은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홍콩특별행정구정부 홍콩경무처(홍콩경찰) 홈페이지 캡처

홍콩특별행정구정부 홍콩경무처(홍콩경찰) 홈페이지 캡처

"영상 속 모든 동료가 사실은 AI가 만든 가짜"

홍콩 경찰은 현지 시각 지난 2일 브리핑을 열고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피의자 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가 봤던 화상 화의 속 영상과 음성 모두 가짜였습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합성하고 복제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들 사기단은 분실된 신분증 8개를 이용해 사기를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90차례 대출을 받고 은행 계좌 54개를 개설했습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사기 사건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선 피해자가 봤던 모든 사람이 가짜였던 것으러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도 처음부터 피싱 사기를 의심했지만 영상 속 사람들이 외모도 목소리도 진짜 동료들과 똑같았기 때문에 깜짝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세계적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갈수록 정교해지는 딥페이크...범죄 악용 늘어

딥 페이크 기술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이를 악용한 범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 한 은행에선 평소 자주 거래하던 대기업 임원의 전화를 받고 420억 원을 송금했지만 목소리를 똑같이 만든 딥보이스 범죄였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난해에도 중국 네이멍구에서 한 사업가가 친구의 얼굴과 목소리를 따라 한 영상통화에 속아 8억 원 규모의 사기 범죄에 당했습니다.

금전적 피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선정적인 이미지가 퍼졌습니다. 이 역시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사진이었습니다. 지난해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이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얼굴을 넣어 만든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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