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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교수 임용 탈락'에 앙심…학장 살해한 대학 조교

입력 2024-02-02 13:35 수정 2024-02-02 14:20

법원서 사형 집행유예 판결…2년 뒤 종신형 감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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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사형 집행유예 판결…2년 뒤 종신형 감형 전망

교수 살해 직후 직후 검거된 피의자 장원화. 사진 바이두

교수 살해 직후 직후 검거된 피의자 장원화. 사진 바이두

“그들은 나를 악랄하게 대우했다”

지난 2016년 6월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한 남성이 절규했습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였습니다. 손에는 흉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이 남성 앞에는 피를 쏟은 채 의식을 잃은 중년 남성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피의자를 체포했습니다. 피의자는 도망칠 의지 없이 순순히 붙잡혔습니다. 검거 직후 “난 여러 차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남성의 이름은 장원화입니다. 장 씨는 미국에서 유학한 엘리트 수학자였습니다. 2009년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학교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국에 돌아와선 쑤저우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5년 뒤 푸단대학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푸단대는 중국 9개 최상위 대학교인 이른바 'C9 그룹'에 속하는 명문대입니다. 교수직 채용이 연계(tenure-track)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교수 살인사건 피의자 장원화에 정보가 적힌 푸단대 교직원 소개 페이지. 사진 바이두

교수 살인사건 피의자 장원화에 정보가 적힌 푸단대 교직원 소개 페이지. 사진 바이두

"교수 임용 불가" 소식에 분노...대학 학장에 흉기 휘둘러

하지만 불과 3년여 뒤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연구원에서 조교로 승진한 장 씨는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절망했습니다. 학교 측이 장 씨를 임용하지 않기로 했던 겁니다. 정년보장 교수직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교 측은 부교수 자리 대신 조교 1년 연장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장 씨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학교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반년 만에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교 자리도 계약 만료 뒤에는 재임용이 불가하단 한 마디 말이 분노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장 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왕융전 교수가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왕 교수는 장 씨가 소속된 푸단대 수리과학원의 최고책임자인 당 위원회 서기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 씨는 당시 왕 교수를 향해 수십 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제자의 서슬 퍼런 칼부림에 왕 교수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명문대 교수를 꿈꾸며 푸단대에 들어온 젊은 수학자는 스스로 참혹한 결말을 선택했습니다.
 
교수 살인사건 재판부 선고 당시 피고인 장원화 모습. 사진 상하이 제2중급인민법원

교수 살인사건 재판부 선고 당시 피고인 장원화 모습. 사진 상하이 제2중급인민법원

사건 이후 중국 내에선 대학교 조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선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가 되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계약직 연구원으로 시작해 실적에 따라 부교수가 되거나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이 제도를 두고 중국에선 '업오어아웃(Up or Out)'라고 부릅니다. 부교수 자리를 받지 못하면 기업 컨설팅 업계로 빠지거나 한 단계 낮은 급의 대학으로 옮겨 연구원으로 일해야 합니다.

재판부, 사형 유예 선고...2년 뒤 종신형으로

상하이 제2 중급인민법원은 고의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2년간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중국에서 사형 집행유예는 형법에 규정된 형벌로 유죄 판결 이후 추가 범죄가 밝혀지지 않으면 종신형이나 유기 징역으로 감형되는 제도입니다.

재판부는 “범죄를 계획하고 잔인한 방법을 사용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장 씨가 범행 이후 도주하지 않았고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며 혐의를 자백한 점을 참작했습니다. 또 장 씨가 재발성 우울증을 진단받아 형사 책임이 제한적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교수 살인사건 재판부 선고 당시 법정 모습. 사진 상하이 제2중급인민법원

교수 살인사건 재판부 선고 당시 법정 모습. 사진 상하이 제2중급인민법원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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