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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중국서 외국인에 '간첩혐의' 징역…"가족도 못 봐"

입력 2024-01-27 08:00 수정 2024-01-27 17:02

수십 년 일했는데 돌연 구금…당국 "법에 따라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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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일했는데 돌연 구금…당국 "법에 따라 재판"

중국 상하이 한 건물에 내걸린 중국 오성홍기. 사진 A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한 건물에 내걸린 중국 오성홍기. 사진 AP=연합뉴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8년 영국인 사업가 이언 스톤스가 돌연 사라졌습니다. 중국에서였습니다. 스톤스는 40년 넘게 중국에서 일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와 화이자 등 세계적 대기업을 거쳤고 15년 전엔 자신의 컨설팅회사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톤스의 행방이 묘연해진 겁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톤스는 중국 내 외국인을 수용하는 베이징 제2 교도소에 갇혀 있습니다. '해외에 불법적으로 정보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징역 5년형이 선고돼 항소했지만 지난해 9월 기각됐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에서 일하던 영국 기업인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톤스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스톤스의 가족은 인터뷰에서 “가족과 영국 대사관 모두 사건 관련 법적 문제를 열람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가족들은 스톤스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원칙적으로 대사관 직원이 4주에서 6주마다 직접 수감자를 찾아 안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조차 허용되지 않다고 합니다. 길게는 6개월 동안이나 소식이 끊겼습니다. “혐의를 자백하진 않았지만 중국 법에 따라 형기를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스톤스의 가족은 전했습니다.
 
중국서 사라진 영국인 기업인을 다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사진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중국서 사라진 영국인 기업인을 다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사진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이는 불투명한 사법체계를 가진 중국에서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습니다. 수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스톤스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게 구금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반간첩법을 개정했습니다. 핵심은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겁니다. 중국 내 외국인과 기업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는 중국에 구금된 미국 국적자를 200명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자의적인 근거에 따라 구금됐다는 주장입니다. 일본 역시 2015년 이후 자국민 17명이 중국 정보기관에 구금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계 호주인인 전 중국 CGTN 앵커 청레이. 사진 X(옛 트위터)

중국계 호주인인 전 중국 CGTN 앵커 청레이. 사진 X(옛 트위터)


가장 유명한 사례는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입니다. 중국중앙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앵커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8월 자취를 감췄습니다. 청레이는 '국가 기밀을 해외로 유출한 범죄 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고 중국 당국이 밝혔습니다. 구금된 청레이는 지난해 8월에야 풀려났습니다. 청레이는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린 엠바고(보도유예)를 고작 몇 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청레이가 베이징 법원에서 2년 11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이 끝나 풀려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톤스의 경우 중국 외교부는 법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선고 당일엔 영국 측 관계자가 방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합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걱정할 게 없다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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