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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기부' 논란 3천만 인플루언서의 몰락…'반페라니법' 시동

입력 2024-01-25 13:06 수정 2024-01-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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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라 페라니.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인플루언서입니다.

이름 없는 블로거 시절엔 초대받은 적도 없는 밀라노의 여러 패션쇼에 얼굴을 들이밀며 유명인 행세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일단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천만 명을 넘는 세계적인 인플루언서가 됐고요.

패션기업 토즈의 이사회 멤버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했고, 디지털 마케팅 회사도 운영하는 사업가입니다.

페라니는 자신의 마케팅 회사 홈페이지에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탈리아 패션, 미디어,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며, 그녀의 영향력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토록 화려함의 정점에 섰던 페라니, 최근 이탈리아에서 급추락했습니다.

지난해 '거짓 기부' 스캔들이 터진 겁니다.

페라니는 2022년 말, 한 제과업체와 함께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를 치료하는 데 쓴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팔았는데요.

그런데 이 수익금, 기부 방식이 어딘가 잘못됐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케이크 출시 훨씬 전 업체가 5만 유로만 어린이 병원에 기부했을 뿐, 케이크를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한 게 아니었다는 거죠.

이러자 이탈리아 당국에서 조사에 나섰고, 페라니와 업체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각각 100만 유로와 4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페라니는 업체로부터 홍보 대가로 100만 유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라니는 한 달 전, 사과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도 실수였을 뿐이라 변명했습니다.

[키아라 페라니 / 자신의 인스타그램]
"공개적으로 사과합니다.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걸 깨달았어요. 목적은 고귀했다고 하더라도 소통이 불충분했던 점이 실수였어요."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크 스캔들과는 별개로 이번엔 검찰 수사입니다.

밀라노 검찰은 페라니가 전에 기부 목적으로 판매한 부활절 달걀 초콜릿과 인형 등도 거짓이라며 사기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태 초기부터 페라니를 비난해온 이탈리아 총리는 아예 '반페라니법'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현지 시간 22일 토크쇼에 나온 총리는 "물건을 만든 사람보다 옷 입고 보여주는 사람이 더 돈을 버는 상황"을 비꼬면서 "인플루언서들의 상업 행위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법적 구멍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부와 관련해서도 페라니 스캔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 이탈리아 총리]
"기부 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 그 수익금이 누구한테 가는지, 얼마나 갔는지 등을 명시하도록 할 겁니다."

현지 언론들은 페라니가 기소될 경우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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