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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휘청인 중국 경제 여파?…챔피언의 쓸쓸한 퇴장

입력 2024-01-23 11:37 수정 2024-01-23 13:34

선수·직원에 임금 체불…'3부 신화' 선전FC 재정난으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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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직원에 임금 체불…'3부 신화' 선전FC 재정난으로 퇴출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구단 앰블럼. 사진 바이두.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구단 앰블럼. 사진 바이두.


차범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도 했던 중국 프로축구 선전(深?)FC가 구단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선전FC는 어제(22일) 성명을 통해 “심각한 부채로 구단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구단을 해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축구와 선전 축구가 더 발전하기를 기원한다”면서 “더 뛰어난 사람들이 협력해 축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7일 '부채 상환 구단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번 시즌 리그에 참가할 자격을 잃게 되는 구단들의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이 안에 포함된 다롄 프로가 먼저 지난주 해단을 공식 발표했고 이어 선전FC까지 해체한 겁니다.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구단 해체 발표문. 사진 선전FC 웨이보 계정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구단 해체 발표문. 사진 선전FC 웨이보 계정


지난 1994년 1월 창단한 선전FC는 오는 26일 구단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3부리그에서 시작해 연이은 우승으로 2부를 거쳐 1부리그까지 초고속 진출했습니다. 지난 2004년 정식 프로리그로 새로 태어난 중국슈퍼리그(CSL)에서 첫 우승을 거머쥔 초대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2005년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해 중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리이와 리웨이펑 등 해외에서 뛰던 선수들이 주축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1998년엔 차범근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당시 차 감독은 강등권에 있던 선전FC의 지휘봉을 잡고 팀 성적을 끌어올렸습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중국 리그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던 이장수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습니다. 이 감독은 한국인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대규모 사단을 꾸렸고 K리그1 강원FC에서 뛰던 수비수 임채민도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알란 카르덱 등 외국인 선수들에게 2억 위안, 우리 돈 380억 원 규모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단주인 대형 부동산업체 카이사 그룹 역시 중국 부동산 위기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모든 스포츠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상황이었습니다. 선전FC는 퇴출 위기에 놓였지만 중국 축구협회가 조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지난 시즌 리그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즌 초반부터 연패를 이어가면서 3승 3무 24패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해 선전FC는 2부 리그로 강등됐습니다.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마지막 경기 예고 포스터. 사진 선전FC 웨이보 계정

중국 프로축구 선전FC 마지막 경기 예고 포스터. 사진 선전FC 웨이보 계정


그리고 더는 희망을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선수들이 밀린 주급을 요구했지만 되돌아온 답은 없었습니다. 구단 직원들도 오랜 기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1부 리그부터 3부 리그까지 모두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구단인 선전FC는 쓸쓸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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