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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작은 감자'가 뭐길래…'겨울 왕국'이 들썩

입력 2024-01-18 17:51 수정 2024-01-18 17:51

"애정 어린 표현"이라지만 "차별 의미 담겨"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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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어린 표현"이라지만 "차별 의미 담겨" 주장도

'작은 감자' 이미지를 활용한 캐릭터. 사진 바이두 캡처.

'작은 감자' 이미지를 활용한 캐릭터. 사진 바이두 캡처.

“작은 감자가 모험을 떠난다”

이번 겨울 중국에서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는 헤이룽장성의 하얼빈(哈爾濱)입니다. 영하 40도에 달하는 추위에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이지만 하얼빈으로 향한 발걸음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얼빈에는 지난 새해 연휴 사흘 동안만 304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습니다. 관광 수입은 우리 돈으로 1조 8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얼빈 여행의 인기는 다음 달 중순 중국의 명절인 춘절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부의 작은 감자(南方小土豆)'라는 유행어가 여기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쪽 지역을 여행하는 남부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남부 지역 사람이 두툼한 점퍼를 입고 털모자를 쓴 모습을 감자에 비유한 겁니다. 남부 사투리를 쓰는 남성이 작은 감자를 들고 다른 사람에게 감자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쪽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눈과 얼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겨울 왕국' 하얼빈까지 수천 km 거리를 달려오는 걸 두고 '작은 감자의 용감한 모험'이라는 문구도 붙었습니다.
 
중국 하얼빈에선 털모자를 쓰고 두툼한 점퍼를 입은 관광객들을 '작은 감자'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 하얼빈에선 털모자를 쓰고 두툼한 점퍼를 입은 관광객들을 '작은 감자'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작은 감자'에 공짜 택시·무료 음료 제공도

하얼빈도 따뜻하게 '작은 감자'들을 맞이했습니다. 공항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모자와 장갑 등 방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고 일부 상인들은 온수통을 준비해 길거리에서 돈을 받지 않고 따뜻한 차를 나눠줬습니다. 시민들은 무료 택시 운전기사로 변신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엔 '무료 운행'이라고 쓴 스티커를 차량에 붙이고는 택시를 잡지 못해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작은 감자'를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내용의 영상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작은 감자'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 따르면 '남부의 작은 감자'는 올해 1월 트렌드 키워드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까지는 자체 집계 검색지수와 정보지수가 모두 0이었지만, 25일부터 급격하게 상승해 고작 열흘 정도 만에 가장 '핫한' 단어가 됐습니다.

이에 힘입어 하얼빈 명물 거리 중양다제(中央大街)에는 '작은 감자' 인형도 등장했습니다. 둥글고 귀여운 모양으로 1개당 15위안, 우리 돈 3천 원 정도 되는 금액에 팔렸습니다. 헤이룽장성 문화관광부도 나섰습니다. 지난 5일 '작은 감자' 이미지로 상표권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 기관에 의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냉장고 자석과 봉제 인형 등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중국 하얼빈에서 판매하는 '작은 감자' 인형.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 하얼빈에서 판매하는 '작은 감자' 인형. 사진 바이두 캡처.

"성차별적이고 지역차별적인 단어"

하지만, 이런 '작은 감자' 열풍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차별적이면서도 지역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체구가 작고 피부색이 어둡다는 편견을 받는 남방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이 남부 지역 여성을 '작은 감자'로 칭하며 성적 대상화를 하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웨이보(微博)는 지역과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불법 콘텐츠 1천여 건을 삭제하고 불법 계정 79개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명한 공익 변호사이자 산시성 헝다법률사무소의 수석 파트너인 자오량산(趙良善) 변호사는 '작은 감자' 논란에 대해 “본래 의도를 판단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모욕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작은 감자'는 오히려 친근감을 주고 애정이 담긴 단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중국 매체 파이낸셜네크워크(財經網)가 자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11만 9천 명 가운데 68%에 달하는 8만 1천 명이 “귀여운 표현일 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은 15%인 1만 8천 명이었습니다. 천웨이(陳薇) 중난경제정치법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남부 지역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때도 많아 지역 차별적 단어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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