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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우파=반동성애' 공식 깨지나?…'금기' 건드리는 유럽 우파들

입력 2024-01-11 15:20 수정 2024-01-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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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신임 총리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신임 총리


성 소수자 유럽 우파 정치인들

1989년생, 34살의 나이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타이틀을 갖게 된 가브리엘 아탈 새 총리. 나이만큼이나 주목받은 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최초의 프랑스 총리라는 점입니다. 아탈은 여당 르네상스의 사무총장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스테판 세주네와 '시민 결합(civil union)' 제도로 가족이 돼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민 결합' 제도는 동성 커플의 민법상 권리, 즉 결혼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우파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동성애자 총리가 임명되면서, 유럽에선 더이상 성 소수자 의제가 좌파의 전유물이나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연합(EU) 첫 동성애자 국가원수인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 역시 중도 우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린케비치 대통령은 2014년 X를 통해 “내가 게이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습니다. AP통신은 린케비치 대통령의 취임 소식을 전하면서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원이었던 라트비아와 주변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서유럽보다 성 소수자에 대해 관용적이지 않았지만, 린케비치 대통령은 역대 최장수 외교장관으로 일하며 라트비아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키리아코스 마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마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보수적인 그리스,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

성 소수자 정치인만 '우파=반동성애' 공식을 깬 건 아닙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가 인구의 80~90%를 차지하는 그리스에선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키리아코스 마초타키스 총리는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는 성별과 무관하게 입양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결혼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물론 법안이 통과되려면 그리스 정교회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 또 마초타키스 총리가 속한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 내의 분열을 막아야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새해 첫날에는 에스토니아가 구소련연방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의회에서 해당 법 개정안이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 지 반년여만입니다. '시민 결합' 제도에서 나아가 정식 혼인 신고까지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등 구소련 국가 중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건 에스토니아가 처음입니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한 건 15개국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


기독교와 거리 두는 보수 진영

이처럼 보수 정당, 보수 국가 등 유럽 곳곳의 보수 집단에선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움직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 정가가 우경화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더 강조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거란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런 흐름이 최근 교회와 멀어지고 있는 보수 진영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성 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정치인 대부분은 자신의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교회 자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점도 한몫합니다. 지난해 12월 교황청은 동성 커플들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했습니다. 물론 '일반 결혼식이나 미사 등 교회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축복은 안 된다'는 제한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가톨릭교회가 그동안 동성 커플을 배제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적인 가톨릭 성향에 맞서 성 소수자를 포용하려는 제스쳐를 꾸준히 취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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