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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형문화재 명맥 끊길 위기인데…우수이수자 선정은 '0%대'

입력 2023-10-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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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무형문화재는 우리가 보전해야 할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불리죠. 하지만 생계 문제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무형문화재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우수이수자를 발굴해 지원하고 있는데, 그 비율이 0.25%밖에 되지 않습니다.

최규진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대나무에 인두로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낙죽장' 국가무형문화재 김기찬씨.

40년 경력에도 이수자인 큰아들에게 일을 물려 주는 건 고민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입니다.

[김기찬/국가무형문화재 낙죽장 : 난 이걸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이제 배우는 2세들은 경제 쪽을 우선하다 보니까 이게 계산이 안 맞는 거예요.]

무형문화재는 보유자와 후보군인 전승교육사 외에 이수자에겐 국가 지원이 없습니다.

2019년 우수이수자 제도가 실시됐지만 한 차례 800만원을 지원해주는 게 전부입니다.

20년을 배운, 김기찬씨 큰아들도 우수이수자로 선발된 적이 있지만 아직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김승혁/낙죽장 이수자 : 사실 갈림길에 서 있죠. 생계가 가장 컸죠. 일단 결혼을 포기해 봤어요. 그걸 해놓고 넘어보니까 결혼을 안 해도 이거는 못 살겠더라고요.]

해마다 이수자는 7000명 안팎인데 이 중 우수이수자로 선정되는 건 18명 정도입니다.

평균 0.25%만 혜택을 받는 겁니다.

우수이수자 추천권이 있는 보유자가 없거나 한 명뿐인 종목은 더 열악합니다.

영산강의 고운 무명을 짜는 나주 샛골나이 35년 경력의 이수자 원경희씨.

보유자인 시어머니가 고인이 된 뒤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경희/나주 샛골나이 이수자 : 사명감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요. 제가 이거를 딱 끊어버리면 전혀 없어져 버리잖아요.]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우수이수자 278명에게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전체 이수자의 4%밖에 안 됩니다.

[이용호/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최소한의 생계가 유지되고 또 본인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무형유산원 측은 소멸 위기에 놓인 종목은 긴급 보호를 하고 있고 우수이수자 선정 과정도 더 간소화해 지원 문턱도 낮출 것이라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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