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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늘이 반을 지어줘야 하는데"…기후변화로 시름하는 농가

입력 2023-04-19 20:45 수정 2023-04-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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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밀착카메라는 기후 변화 때문에 시름하는 농가에 다녀왔습니다. 양파는 팔 수 없을 만큼 물러졌고, 복숭아 나무는 말라버렸지만, 손 쓸 방법도 딱히 없어서 농민들은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에선 첫 햇양파 수확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양파를 캐 보면요, 이렇게 갈라지거나 물러서 먹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상품성이 없어서 그대로 버려지게 됩니다.

[{이것도 두 개로 갈라졌네요.} 이런 건 못 파는 거지.]

지난 초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해서 양파 상태가 나빠진 겁니다.

[이정헌/40년째 양파 농사 : 하나 둘 셋 네 고랑을 놔야 이거 하나 나오는 거거든요. 두 고랑에 이정도는 나와줘야 하는데. 하늘이 반을 지어줘야 농사가 되는 겁니다.]

정부는 일부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큰 피해를 입은 농가에 도움이 되진 못합니다.

[오창용/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지부장 : 생산비에도 못 들고 턱없이 부족한…]

월동무 농가도 수확량이 크게 줄어 울상입니다.

850평 정도 되는 무밭입니다.

겨울을 난 월동무들이 있는데요.

한창 수확이 이뤄져야 할 시기지만 바닥엔 캐다 만 무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무가 땅에 묻힌 채로 그대로 있는데요.

무를 캐보니 냉해 피해가 심각해서 수확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권형보/20년째 무 농사 : 곰팡이식으로 이렇게. 아삭아삭한 맛이 나야하는데 푸석푸석해서. 비상품이죠 비상품.]

무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자 정부는 5월부터 무를 관세없이 수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한숨만 나옵니다.

[권형보/20년째 무농사 : 무관세로 들여올 부분이 아니고 대책을 강구해야지.]

봄이면 복숭아 꽃으로 가득했던 세종시 전동면, 올해는 분홍빛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 겨울 한파 탓입니다.

봄이면 나무마다 수천 개의 꽃이 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나무는 보다시피 지금 핀 꽃이 20개 남짓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기 새로 난 나무까지는 얼어서 죽어 있고요. 꽃이 폈어야 할 꽃눈은 말라서 부스러집니다.

[한흥수/12년째 복숭아 농사 : 작년 4월 15일에 찍은 사진이고요. 꽃이 진 게 아니라 피고 있는 상태인데 이 정도인 거예요.]

꽃의 개수는 곧 복숭아의 개수인데, 이 지역 복숭아 나무 75%에서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한흥수/12년째 복숭아 농사 : 과일 같은 경우엔 보상 받는 게 상당히 까다로워요. 주민 대부분이 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고요.]

기후변화는 바다의 질서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매년 4월 미더덕 축제를 열었던 창원에선 처음으로 축제를 5월로 미뤘습니다.

미더덕 생장이 더뎌졌기 때문입니다.

[창원서부수협 관계자 : 환경변화 때문에 지금 생산량이 작년 재작년보다 좀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STD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지만 모든 걸 자연에 맡기기엔 기후 변화의 피해는 혹독합니다.

내년엔 또 어떤 피해가 있을까, 이 막막한 고민이 농민들만의 몫이 되어선 안 될 겁니다.

(작가 : 강은혜 : VJ 김대현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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