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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현장서 주목 받은 구조견들…은퇴 후엔 '투병 생활'

입력 2023-02-17 20:39 수정 2023-02-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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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는 이른바 '붕대 투혼'을 발휘한 한국 구조견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견들이 은퇴하자마자 숨을 거두는 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 건지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붕대를 감은 앞발로 부서진 철근 사이를 헤쳐나갑니다.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누비는 한국 구조견입니다.

지난 9일부터 투입된 구조견 4마리는 생존자 8명과 시신 18구를 찾았습니다.

소방청에 등록된 구조견은 전국에 35마리입니다.

사람 나이로 60대에 접어드는 8살에서 9살이 되면 은퇴식을 하고 일반 가정에 입양됩니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실종자 4명을 찾아낸 베테랑 구조견 소백이도 지난달 이현주 씨에게 입양됐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많이 아팠습니다.

[이현주/구조견 입양인 : 집에 가야지. 건강해져서…응? 밥도 하나도 안 먹었어?]

은퇴한 지 불과 12일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소백이의 사인은 '다발성 림프종 5기'.

혈액암 말기였습니다.

[이현주/구조견 입양인 : 그걸 견디면서 (구조 현장을) 뛰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밤새 너무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은 구조견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은퇴 이후 1년밖에 살지 못한 대담이의 사인은 '납 중독'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납 중독이 됐는지 소방청에 물어봐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소방청이 매년 한 번씩 검진을 하지만 큰 병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구조견이 은퇴하면 별다른 의료 지원도 없는 상황입니다.

소방청은 소백이의 죽음 이후 뒤늦게 검진 항목에 암 검사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현주 씨가 키우는 또다른 구조견 세빈이는 실종 소녀를 찾다 뱀에 물린 후유증으로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현주/구조견 입양인 :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고 오랜 시간 견뎌온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마음의 표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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