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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입력 2023-02-13 08:00 수정 2023-02-16 14:1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0)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중요성 큰 건물부문 탄소중립, 가정집도 예외 아냐
'우리집'에서 시작되는 탄소중립…'무늬만 제로에너지'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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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0)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중요성 큰 건물부문 탄소중립, 가정집도 예외 아냐
'우리집'에서 시작되는 탄소중립…'무늬만 제로에너지' 피하려면?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분야가 있습니다. 발전, 산업, 수송부문이 바로 그 분야입니다. 때문에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줄이고,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무공해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은 우리 모두의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듣게 되죠.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위치한 바로 그 곳. '건물'역시 다른 부문 못지않게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집이든, 회사든, 관공서든, 공장이든… 건물 곳곳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지막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주거용 건물과 상업용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은 말 그대로 '무지막지'합니다. 최근 20년간의 에너지 사용량만 보더라도, 수송부문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입니다. 지난 2020년 기준, 가정 및 상업 건물이 사용한 에너지의 양은 무려 3,991만 2천toe(석유환산톤). 수송부문 전체가 사용한 에너지(3,943만 6천toe)보다도 많았습니다. 승용차부터 화물차까지 온갖 자동차, 거대한 항공기와 선박, 기차 등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게 눈에 바로 보이는 수송부문보다, 그저 묵묵히 가만히 서 있는 건물이 조용히 쓰고 있는 에너지가 더 많았던 겁니다.

석유환산톤이라는 단위가 낯설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주 접하는 '와트'로 표현하면, 이는 46만 4,177GWh 가량입니다. 2020년, 전국의 모든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55만 2,162GWh니까, 어느 정도 감이 잡히실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많은 종류의 건물 가운데 우리의 '집'도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9 가구에너지패널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한 가구당 1만 385Mcal의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칼로리는 음식을 먹을 때나 따지는 단위다 보니 쉽게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와트'로 표현하자면, 이는 대략 1만 2070kWh에 달합니다. 국산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의 용량이 77kWh 가량이니, 전기차 150여대 분량인 셈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집에서 쓰는 에너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스입니다. 전체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어 전기(30%), 석유(11%), 지역난방(7%)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시금 '진짜' 에너지전환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발전소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발전소의 종류를 바꿔 해결할 수 있는 '집에서 쓰는 에너지' 문제는 고작 30%에 그치니까요.

지역별로는 어디에 있는 집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했을까요. 엄청난 인구수를 자랑하는 메가시티, 서울이 답일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평균을 상회하는 지역은 총 6곳. 그 중에서도 가구당 에너지 사용량 전국 1위를 차지한 지역은 강원도였습니다. 한 가구당 1만 1,451Mcal의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광주와 대구, 부산, 울산 등 광역시의 경우, 전국 평균을 하회했습니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분이라면, 이같은 결과의 원인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철 전기차의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와 겨울철 주행가능거리는 제아무리 히트펌프가 장착된 차량이라 하더라도 꽤나 크니까요. 전국 평균 가구당 월별 에너지 소비량을 살펴보면, 6~7월, 최저를 기록하다 10월부터 차차 늘어나기 시작해 1월에 정점을 찍고, 차차 줄어드는 패턴을 보입니다. 1~2월 에너지 사용량은 6~6월 에너지 사용량의 배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겨울철 난방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그럼, 우리의 집 안에서 무엇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걸까요. 자연스레 에어컨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 누진세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대신 선풍기 바람을 택하곤 하니까요. 그런데, 집 안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먹는 전자제품은 거의 매일같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습니다. 바로, 냉장고와 전기밥솥입니다. 대당 전력 소비량은 각각 493.1kWh, 560.8kWh로 에어컨(410kWh/대)보다도 많았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해드린 대로,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기가 다가 아닙니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 난방과 온수를 쓰기 위해서도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주난방 연료로는 도시가스(68.6%)가 가장 많이 쓰입니다. 지역난방(11.4%)과 등유(10.7%), 전기(5.8%), 프로판(1.8%) 등이 뒤를 잇죠. 가구당 에너지 사용에 있어 석유가 11%를 차지했는데, 이는 대부분은 열(난방 및 온수)을 얻기 위함입니다.

가스와 전기가 가정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우리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기후행동 역시 이 둘과 관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사용량의 절감이겠지만, 그렇다고 한파나 폭염을 항상 맨몸으로 마주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슬기로운 절감'을 위해선 효율을 챙기는 것이 필수인 이유입니다.

한여름, 외부의 열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냉방을 더욱 강하게 혹은 오래 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한겨울, 내부의 열이 자꾸만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난방을 더욱 강하게, 혹은 오래 틀어놓을 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외부로부터 불필요한 에너지가 집으로 전해지는 것을 막고, 반대로 집 안의 소중한 에너지를 밖으로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 바로 제로에너지 건축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을 일컬어 '패시브 건축'이라고 부르죠.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이처럼 건물의 효율성을 높이는 패시브 건축에 건물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 제로에너지 건축입니다. 새어 나가는 에너지는 잡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것이죠. 이미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가 시행중입니다. 2020년, 1,000㎡ 이상의 신축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 겁니다.

2025년부턴 그 대상이 500㎡ 이상의 신축 공공건축물과 1,000㎡ 이상의 신축 민간건축물, 그리고 30세대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으로 확대됩니다. 2030년부터는 500㎡ 이상의 모든 신축 건축물이 제로에너지 건축물이어야 하고요. 뭔가 여전히 지지부진해 보이는 발전부문과 산업부문 변화와 달리 '급격한 정책 드라이브'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에 처음 이 의무가 부과된 이듬해, 국정감사에선 부실한 제도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준공 1년 후,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받은 건물을 다시 들여다봤더니 에너지 효율도, 에너지 생산도 인증 당시 때보다 크게 못 미쳤던 겁니다. 이유는 크게 둘 중 하나였습니다. 애당초 인증을 부실하게 했거나, 설비가 부실해 그 기능이 1년도 채 가지 않았던 것이죠. 다른 곳도 아니고 에너지를 다루는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의 울산 사옥에서조차 문제가 드러나면서, 2021년 이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제도 이행 과정에서의 부실뿐 아니라 제도 자체의 부실도 우려됩니다. '제로에너지'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도록, 인증을 받으려면 각 건축물별 에너지 소요량과 에너지 자립률 기준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덜 쓰고, 많이 생산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준과 EU의 기준을 비교해보면, 얼핏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 건축은 '무늬만' 제로에너지 건축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주거용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 기준은 1㎡당 90kWh입니다. 주요 EU 국가들의 기준을 넘어설 뿐 아니라, 혹한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클 수밖에 없는 노르딕 지역 기준이 우리 기준보다 더 빡빡합니다. 비주거용 건물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 크고요.

에너지 자립률 기준 역시, '제로에너지가 맞나?' 싶을 만큼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에너지 자립률 기준은 주거용이든 비주거용이든 공히 20%입니다. 해당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의 20%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EU의 경우,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인증을 받으려면, 최고 87%의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야 합니다.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이 거의 없이도 건물 스스로가 별문제 없이 돌아갈 만큼 자립률이 높아야만 하는 것이죠.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EU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이 낮고, 의무화 대상도 모든 건축물을 포괄하지 않는다”며 “2030년 이후의 장기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2030년이 지나더라도 모든 건출물이 아닌 '500㎡ 이상의 건축물'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선 건축물의 단열 강화나 자체 발전설비의 구비 말고도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합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를 용도와 연료별로 구분해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당장 건물이 쓰는 에너지의 총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는 58.6EJ에서 29EJ로 절반 가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 에너지를 대는 연료 또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화석연료의 비중은 거의 0에 가깝게 줄어야 하고,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전기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건물 상황과 비교해보자면, 너무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에 있어 화석연료의 비중은 44%에 달합니다. 우리들의 주방만 보더라도 높은 화석연료의 비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덕션의 보급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스레인지가 보편적인 상황에 보일러 역시 대부분 가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선, 건물의 효율 증대와 더불어 전기화, 재생에너지의 확대 모두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신축 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는 우리나라의 건물부문 에너지 사용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있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국에서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의 비중은 40%에 육박합니다. 부산의 경우, 현존 건물의 58%가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고, 서울 역시 절반 이상이 노후 건축물인 상황입니다. 신축 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큰 효과로 다가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결국, 절대다수인 '비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바꾸기 위해선 그린 리모델링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앞의 수식어가 '그린'이든 '그레이'든, 리모델링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죠. 리모델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 영향이 클뿐더러, 리모델링 기간 임대인과 임차인의 수익과 거주지 보장 이슈도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 건물부문 이행안〉 보고서에서 리모델링의 비용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받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대비 인센티브가 미약하다는 겁니다. 연구소는 “인증을 받기 위해선 5~15%의 추가 공사비와 더불어, 평균 2~3억원이 소요되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설치비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에 반해 인센티브는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상향,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지원 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저조한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예비 인증을 받은 건물의 다수가 인증을 포기하고, 본 인증까지 받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그중 80% 가량의 에너지 자립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며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데에 드는 비용 대비 인센티브가 그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해외의 각종 규제 사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U는 오는 2025년부터 판매 또는 임대용 건물에 EPC(Energy Performance Certificates, 에너지 효율 인증)를 의무화하고, A부터 G까지 등급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2027년엔 모든 건물이 F등급 이상, 2030년까지는 E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합니다. 임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F와 G등급 건물의 임대를 금지할 계획인 한편, 프랑스는 F와 G등급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생활패턴과 사회구조의 변화도 건물부문 탄소중립 정책 수립에 있어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중.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중.
“사람 머릿수는 준다캐도 1인 가구 수는 앞으로 쭉 는다카대. 그라믄 집집마다 겨우 하나씩 팔아먹던 소파를 방방마다 하나씩 팔아먹는 그런 세상이 온다는 말 아이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0화에서 백화점 가구 매장을 둘러보다 매출 목표를 묻던 진양철 회장이 한 말입니다. “가구 매출과 직결되는 출산율, 혼인가구 비율 등 각종 지표가 매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업 목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라며 말끝을 흐렸던 백화점 사장과는 달리, 드라마 속 진 회장은 냉철한 분석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증가는 소파 판매량의 증가만 부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로도 이어집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9 가구에너지패널조사〉에서 가구 구성원 수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의 차이에 대해서도 분석했습니다. 1인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은 8,470Mcal였습니다. 그런데, 가구 구성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에너지 소비량 역시 그만큼 늘어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1인 가구 넷의 에너지 소비량은 4인 가구 에너지 소비량의 2.8배에 달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집에 하나 있던 소파를 방마다 하나씩 놓게 만든 것처럼, 집에 하나 있던 냉장고와 밥솥, TV, 컴퓨터 등을 방마다 하나씩 놓게 만든 겁니다.

월평균 소득별 가구당 에너지 소비의 패턴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소득의 증감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비례했지만, 에너지원별 소비 비중은 달랐습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경우, 전기와 가스의 비중이 엇비슷한 수준이었다면, 600만원 이상의 경우, 가스의 비중이 전기의 배를 넘었습니다. 지역난방의 비중은 3.7배를 넘었고요. 건물부문의 에너지 소비 절감을 극대화하려면, 소득 규모와 주거 공간의 면적 등에 따른 맞춤형 대책이 필수인 이유입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심으로 한 그린 리모델링 유도가 효율적인 곳엔 투명한 자금 지원을, 각종 세금 감면을 중심으로 한 그린 리모델링 유도가 효율적인 곳엔 그에 맞는 검증 가능한 세금 감면을, 그린 리모델링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한 곳엔 합리적인 규제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과 같은 '넉넉한 에너지 사용량'과 에너지 자급률 20%라는 '무늬만 제로에너지'인 기준부터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진양철 회장이 내다본 건 '가구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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