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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입력 2024-09-02 08:01 수정 2024-10-09 01:3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1)

전기차 포비아…글로벌 전기차 기술 및 시장 진단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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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포비아…글로벌 전기차 기술 및 시장 진단 (2/3)

해마다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배터리 전기차)와 PHEV(Plug-in Hybir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적으로 2백만대를 조금 넘었던(BEV 140만대, PHEV 70만대) 친환경차의 신규 등록대수는 2020년 3백만대(BEV 2백만대, PHEV 1백만대)를 넘어서더니 2021년 BEV만으로도 470만대가 기록됐죠. 이 같은 전기차의 확산은 첨단 기술이 도입된 제품이 시장에 확산될 때, 혁신적인 성향의 소비자들의 초기 구매로 보급량이 급증한 이후, 대중화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 또는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캐즘(Chasm)'이라는 경제용어가 시사 상식으로 거듭나는 데에도 한몫 했습니다. 국내 언론 보도와 유튜브 콘텐트 등 곳곳에서 '전기차 캐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덕분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하지만,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현황은 캐즘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2022년, 친환경차 신규 등록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섰고(BEV 730만대, PHEV 290만대), 지난해엔 BEV만도 950만대가 새로이 등록됐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의 점유율 변화로도 나타납니다. 2018년, 2%에 불과했던 친환경차의 판매 점유율은 2021년 9%, 2023년 18%로 늘어났습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2023년에 판매된 자동차 5대 중 1대'가 친환경차였던 셈입니다.

주요 국가 또는 지역별로 살펴보면, 2018년 친환경차 판매 점유율이 5%였던 중국에선 2023년 그 비중이 38%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유럽의 친환경차 판매 점유율은 2018년 2%에서 2023년 21%로, 미국의 친환경차 판매 점유율은 2018년 2%에서 2023년 10%로 각각 늘어났고요. 유럽의 경우, 점유율 그래프의 기울기가 최근 완만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수요의 정체 또는 후퇴'를 의미하는 캐즘과 여전히 거리가 멉니다. BEV, PHEV 할 것 없이 연간 신규 등록대수의 증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유럽 내 친환경차의 자동차 시장 판매 점유율이 2022년 20%에서 2023년 21%로 1%p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곤 하지만, 연간 신규 등록대수는 270만대에서 330만대로 22.2% 늘어났습니다. BEV만 놓고 보면, 신규 등록대수는 37.5%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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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근 10년새 전 세계에 보급된 친환경차보급대수 또한 크게 급증했습니다. 2014년, 전 세계에 굴러다닌 친환경차는 1백만대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이 숫자는 130만대로 전년의 배에 가까운 숫자가 기록됐고, 이어 2016년 210만대, 2017년 310만대, 2018년 490만대, 2019년 640만대, 2020년 1,010만대, 2021년 1,650만대, 2022년 2,630만대, 2023년 4,050만대로 늘어났습니다. 이 통계에서도 드러나듯, 전년 대비 추가된 숫자는 해마다 늘어만 갔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끈 것은 앞서 주요 국가 및 지역으로 분류됐던 중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이었습니다. 2014년 10만대였던 중국과 유럽, 미국의 BEV 보급량은 2023년 중국 1,610만대, 유럽 670만대, 미국 350만대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2023년 기준, 전체 BEV 및 PHEV 보급량에 있어 '기타 지역'의 비중은 6%에 그칠 정도입니다. 물론, 아무리 비중이 6%에 그친다 하더라도 '기타 지역'의 BEV 보급량 또한 2014년 10만대에서 2023년 190만대로 19배가 됐으니… 전기차의 확산은 재생에너지 확산과 더불어 대표적인 '에너지전환 지표'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급증한 친환경차의 시장 점유율과 그로 인한 누적 보급량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전기차 캐즘'이라는 표현이 쓰일 수 있던 배경인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세상엔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일까요. 전기차의 가격은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비싼 편입니다. 이 격차가 유지됐다면, 사전적 의미의 '캐즘' 현상이 실제 시장에서 나타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점차 둘 사이의 가격 격차가 좁혀짐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들, 굳이 '얼리 어답터'나 '테크 덕후'가 아닌 소비자들 또한 전기차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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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대비 승용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은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그리고 중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크게 감소했습니다. 소형, 중형, SUV 가리지 않고 전체 세그먼트 평균으로 살펴봤을 때, 2018~2022년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은 미국 기준 80%에서 59%, 영국 기준 71%에서 44%로 감소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8년 내연기관 대비 16% 비쌌던 전기차 가격은 2022년 14% 더 저렴해질 정도로 낮아졌고요. 반면, 2018년 38%였던 프랑스 시장 내 전기차 가격 프리미엄은 2022년 39%로, 독일 시장의 프리미엄은 7%에서 14%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이는 출시 차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소형차와 SUV의 경우, 공히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소형차의 경우, 미국 기준 113%에 달했던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이 64%로 크게 낮아졌고, 영국에서도 86%에서 49%, 프랑스에선 72%에서 51%, 독일에선 69%에서 53%로 좁혀졌습니다. 중국의 경우엔 71%였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37%로 떨어졌고요. 소형차 기준, 중국 시장에선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도 저렴해진 셈입니다. 상대적으로 고가 차종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SUV의 경우에도, 미국에선 170%에서 56%, 영국에선 139%에서 51%, 프랑스에선 116%에서 32%, 중국에선 40%에서 10%, 독일에선 25%에서 21%로 떨어졌습니다. 동급 내연기관 대비 2배 가까운 가격을 줘야 했던 과거에 비해, 이젠 20~50%의 웃돈만 주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이 이렇게 줄어들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해진 배터리 가격 덕분입니다. 2015년의 배터리 팩 가격을 100이라고 했을 때, 2018년 배터리 팩 가격 인덱스는 47로 3년만에 절반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프의 우하향 기울기는 점차 누그러졌으나, 그럼에도 2023년 이 인덱스는 31로, 2015년 대비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게 됐죠. 지난 주 연재에서도 설명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가격 인하를 이끈 것은 중국의 저렴한 배터리였는데,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배터리 팩 가격은 낮아졌습니다. 중국의 가격을 기준점(100%)으로 뒀을 때, 유럽의 배터리 팩 가격은 2020년 175% 수준에서 2023년 120% 수준으로, 북미 지역의 배터리 팩 가격은 2020년 125%에서 111%로 중국과의 격차를 줄였습니다. 한국 등 기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배터리 팩 가격은 2020년 103%였던 격차가 2021년 162%로 치솟은 후, 다시 격차를 122%로 좁혔고요.

이와 같은 배터리 가격의 인하는 동일 기술 기반 배터리 셀의 가격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저렴한 배터리 셀의 점유율 확대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고성능 배터리로 분류되는 하이 니켈 배터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61%에서 2023년 54%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저렴한 배터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8%에서 40%로 늘어났죠. 유럽 및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경우, 여전히 거의 대부분의 전기차가 하이 니켈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판매 전기차의 67%가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앞으로도 당분간 높아질 전망입니다. 다만,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가의 고급차를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됐던 전기차 시장이 점차 소형, 경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 범위의 차종으로 확대됨에 따라 그에 맞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배터리의 수요를 만족하는 데엔 하이 니켈 배터리보다는 LFP 배터리가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배터리는 어디에서 만들어 어디로 갈까요.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대부분은 중국(480.57GWh)에서 이뤄졌습니다. 유럽(101.25GWh), 북미(61.88GWh), 일본(25.4GWh), 한국(11.43GWh)은 그 뒤를 이었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배터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중국(417.97GWh)뿐 아니라 유럽(30.92GWh), 북미(15.9GWh), 한국(15.21GWh) 등 각지의 전기차 제조에 투입됐습니다. 자유무역 시대에 이처럼 한 국가의 제품이 여러 나라로 수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정작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에 투입되는 배터리는 전량 자국산이었죠. 일본 또한, 배터리 및 전기차의 생산량 자체는 다른 국가 대비 매우 적지만, 자국산 전기차를 전량 자국산 배터리로 생산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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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국산 배터리 비중은 19.3%에 그쳤습니다. 유럽(지역산 배터리 비중 74.2%)이나 북미(지역산 배터리 비중 63.3%)보다도 크게 낮은 수치입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에 투입되는 배터리 중 58%는 중국산이었고요.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가운데, 이 수치는 우리도 이런 정책적, 제도적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를 나타냅니다. 자국산이 아닌 외산 배터리, 그것도 많은 해외 국가 가운데 특정 한 국가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은 '자유 무역'이나 '균형'보다는 '침투', '의존' 등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차는 또, 어디로 판매될까요. 배터리 용량 기준, 전기차 제조는 중국(417.97GWh), 유럽(133.62GWh), 북미(91.58GWh), 한국(26.22GWh), 일본(12.54GWh)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무역을 통해 또 다시 세계 각지로 흩어지게 되죠. 이 통계에선 중국, 유럽, 북미, 한국, 일본 모두 '자국산 전기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또, 이 통계를 통해 한국산 전기차가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도 있죠. 유럽 시장에선 유럽산(111.65GWh), 중국산(34.29GWh)에 이어 한국산(9.4GWh)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판매됐고, 북미 시장에선 북미산(82.51GWh), 유럽산(12.35GWh)에 이어 한국산(7.6GWh)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판매됐습니다. 유럽과 북미라는 기존 자동차 시장의 패권 지역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인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다만, 한국의 전기차 제조가 중국 배터리 시장의 침투를 당한 것과 달리, 완성된 한국산 전기차가 중국 시장을 뚫지 못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아무리 '자국산 배터리'와 '자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라지만, 중국 내 유의미한 판매량을 기록한 유럽산, 미국산, 일본산 전기차와 달리 한국산 전기차의 판매는 이 통계에 잡히지도 못할 만큼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 통계를 통해 눈여겨볼 부분은 또 있습니다. 중국의 자국 내 수요를 뛰어넘는 '초과 생산'과 한국의 '약한 내수시장'입니다. 중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 규모는 자국 내 수요를 크게 뛰어넘습니다. 이러한 초과 공급은 가격 인하를 부르고, 이는 자연스레 수출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집니다. 정부의 지원과 시장의 전기차 선호가 더해져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경쟁을 통해 우수한 기업이나 제품을 가려내고,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 또한 이룰 수 있는 것이죠. 중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가 높은 상품성이나 고성능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해도,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세계 각지의 틈새시장을 파고들 만큼 강력해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 시장이 한국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일본보다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여기서의 '능력'이라 함은 생산 규모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K-배터리라고 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11.43GWh로, 일본의 자국내 생산량(25.4GWh)의 45%에 그칩니다. 그런 부족한 배터리 생산 능력으로 외산 배터리를 수입함으로써 전기차는 배터리 생산량의 2배 이상(26.22GWh)을 만들고 있죠. 내수에서 소화되는 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11.28GWh로, 자국내 배터리 생산 역량에도 못 미칩니다. 유럽과 북미의 경우, 배터리 생산 규모보다 전기차 제조 규모가, 전기차 제조 규모보다 시장에서의 판매 규모다 더 큰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시장을 통해 자연스레 기술의 발달과 가격의 인하를 부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인 오프쇼어링(Off-shoring, 기업의 일을 해외에 맡기는 현상)도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주요 국가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 역량을 따져봤을 때, 중국은 1,789GWh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어 유럽(166GWh), 미국(147GWh)이 큰 생산 역량을 자랑하고 있죠. CATL이나 BYD, 최근엔 파라시스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업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유럽 또는 미국의 배터리 제조사를 바로 떠올리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럽과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의 답은 K-배터리의 국외 이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의 배터리 생산 역량 가운데 87.8%는 중국 기업의 생산설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배터리 제조사들도 중국에 생산 공장을 차려뒀습니다만 한국 기업 만큼은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세운 배터리 설비가 중국 전체 배터리 생산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에 달합니다. 중국 외 기업 가운데엔 최대 규모입니다.

유럽에서 생산할 수 있는 166GWh의 배터리 가운데 123GWh, 즉 74.1%의 물량은 한국 기업의 유럽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미국에서도 한국 기업의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 그 외 지역에서도 한국 기업의 설비가 61.1%를 차지하고 있죠. 사실상 다른 나라들의 배터리 생산 역량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한국 기업이 도맡아 하고 있는 셈입니다. 'K-배터리의 현지화 전략' 또는 'K-배터리의 경쟁력 강화'로 풀어낼 수도 있는 통계입니다만, 이는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을 넘어 국부의 국외 이전, 일자리의 국외 이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기업을 탓하기 보다는, 그렇게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정부와 정책의 탓을 해야 하는 일이고요. 우리 정부와 사회가 에너지전환에 무뎌질수록 해외 배터리 기업의 국내 유치는 꿈도 꿀 수 없을뿐더러,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은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우린 이런 구조로 결국 산업 경쟁력의 악화라는 결과를 맞이한 경험이 이미 있습니다. 바로, 태양전지, 태양광 패널입니다. 한때 시장 점유율 '세계 1위'까지 차지했던 한국의 태양광 패널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그로 인한 국내 시장의 더딘 성장으로 큰 악영향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151번째 연재 기사 〈[박상욱의 기후 1.5] 바람은 유럽산, 햇빛은 중국산? '재생에너지 제자리걸음'의 나비효과〉에서 전해드렸듯, LG-한화-현대의 든든한 'K-태양전지 트로이카'는 무너졌고, 이제 글로벌 태양광 패널 판매 Top 10 순위표에서 한국 기업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죠. 과거 '세계 1위'에 올랐던 태양전지 기업은 국내 공장의 인력은 축소하고,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설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지속된다면, K-배터리, K-전기차의 경쟁력 또한 어느새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우린 그 흐름에 어떻게 발맞춰 나가야 할까요. 이는 다음 주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K-배터리·전기차' 경쟁력 약화시키는 'K-캐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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