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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한국 '녹색성장 동맹' 파트너가 에너지전환에 임하는 자세

입력 2022-10-24 08:00 수정 2022-10-24 08:2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53)

한국-덴마크 녹색성장 동맹 11년 톺아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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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53)

한국-덴마크 녹색성장 동맹 11년 톺아보기 (중)

한국과 덴마크의 녹색성장 동맹 11년, '세계 첫 녹색성장 동맹'은 과연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요. 이번엔 덴마크의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 설명해드린 대로, 덴마크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에 필사적으로 나섰습니다. 유전과 가스전을 보유한 북해를 앞바다로 두고 있는 덴마크지만, 국가 총에너지에 있어 화석연료의 비중은 이제 56.5%에 불과합니다. 전력 생산에 있어서 화석연료의 비중은 15.7%밖에 안 되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한국 '녹색성장 동맹' 파트너가 에너지전환에 임하는 자세
그 결과, 덴마크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70%로 상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향안이 덴마크 의회를 통과한 것은 2020년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찬성률 95%. 다당제인 덴마크 의회에서 10개 주요 정당 중 8개 정당의 지지를 얻은 결과였습니다.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 합의'는 어찌 보면 덴마크의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에너지전환의 배경일지도 모릅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9월 말, 덴마크 현지 곳곳을 누볐습니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꼽은 '초당적 합의'가 가능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972년의 1차 석유파동은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덴마크는 에너지원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유가 폭등은 덴마크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죠. 덴마크는 에너지를 지켜내야 했고, 덴마크만의 에너지원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게 됐습니다. 석유파동과 같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는 그 어떤 심각한 기후 논쟁보다도 더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과 더불어 덴마크가 집중한 것은 에너지 효율의 개선이었습니다. 오늘날 주요 기후위기 대책 중 '가장 저렴한 대책'으로 꼽히는 에너지 절약을 당시부터 해왔던 겁니다. 예를 들면, 의회에선 집의 창호에 제대로 된 절연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덴마크에 있어서 이러한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절약은 기후위기 대책이라기보다 경제적 생존 대책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이런 규제가 일찍이 이뤄지면서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덴마크의 녹색성장 민관협력기구인 녹색청(State of Green)의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석유파동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넘어 '사회적 공감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단 하루 만에 석유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는 것을 보면서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깨달음을 얻게 됐습니다. '이젠 안 되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덴마크의 녹색 에너지전환은 어떤 커다란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했기에, 안보의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죠. 오늘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된 에너지 안보 위기는 당시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떠올리게 했고요.

덴마크에 환경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1년이었습니다. 이후 녹색 에너지전환을 실행하기 위한 민관 협력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1970년대 초는 에너지전환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가 됐습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석유파동으로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이 커지자, 당시 국제사회에선 원자력발전에 대한 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역시 1970~80년대 공기업 주도로 원자력발전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고요. 하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시민들이 'No to Nuclear'라는 노란 패치를 달고 거리에 나와 집회를 자주 열었습니다. 덴마크와 인접한 스웨덴의 경우 여전히 원자력발전을 하고 있지만, 덴마크는 시민사회의 반대로 1985년 '원자력발전 철폐'라는 슬로건 하에 원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시 정부가 단호히 원전 반대 결정을 내린 덕분에 풍력발전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

그럼에도 30년 넘는 시간 동안 '녹색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던 배경에 대해 피터슨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덴마크가 지금의 시스템(재생에너지 발전비중 80%대, 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40%대)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한 덕분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처음엔 진전이 더뎠고, 풍력발전 역시 무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요. 하지만 정부와 의회 등 정계 전반에 걸쳐 하나의 연합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연합이 구성됐다 하더라도 정당마다, 혹은 개별 의원마다 여기에 동참한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만, '덴마크 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동참한 의원들도,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동참한 의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더라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뭉쳐 재생에너지를 위한 연합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매우 잘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
물론 덴마크 정계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력을 얻던 시절과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당적 합의'를 통해 '녹색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했지만, 그 속도가 항상 일정했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죠. 실제로 2015~2019년, 집권 여당인 보수당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동을 걸면서 잠시 확대 추세가 주춤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

정부와 의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집중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유권자의 표심'이기도 했습니다.

“당장 2019년의 선거만 하더라도 '기후선거', '녹색선거'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통상 전 유럽에 걸쳐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두 가지를 꼽자면 '공중보건정책'과 '이민정책'이었는데, 당시 유권자의 60%가 '후보의 기후환경 정책이 마음에 들어 뽑았다'고 답했던 겁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한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녹색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녹색 정책이 정부의 기본적인 기조가 된 것이죠. 그 결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70% 줄인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아예 법에 명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NDC는 본래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만, 이를 명문화하게 되면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지금의 정부도, 향후 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될 정부도 이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죠.”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덴마크 녹색청 커뮤니케이션 총괄

지금은 '풍력발전의 메카'이자 '풍력발전의 글로벌 1등'인 덴마크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바람과 햇빛의 연료비가 '0원'이라 할지라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비싼 에너지'라고 불리는 것처럼, 덴마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덴마크가 처음 풍력발전에 나섰을 때만 하더라도, 여기에 관심 있는 나라가 덴마크뿐이었습니다. 결국, 자본을 조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순탄할 수 없었죠. 초기에는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비용 중 대부분을 정부의 보조금으로 충당했고요.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매우 조금씩 늘어갔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재무부를 찾아가 수도 없이 다툼을 벌여야 했죠. 하지만 그런 순간을 하나하나 겪고 나니 어느덧 전환점, 변곡점에 다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비용 측면에서의 변곡점을 넘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후부터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사업자들이 '우리가 돈을 낼 테니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게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언론인들과 감담회를 가졌다.
전력요금 문제는 항상 민감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요금이 비싼 시기엔 더더욱 민감한 부분이 되죠. 재생에너지가 초기에 비용이 굉장히 비싸더라도, 정치인들이 정계에서 의지를 갖고 계속 싸움을 해나가야 합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당은 에너지 자립과 기후변화, 대기오염 문제를 강조하며 싸워왔습니다.

그러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성숙도가 어느 수준에 다다르고, 화석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 와중에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에너지 위기가 닥치다보니 '재생에너지가 더 낫다'는 논리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이젠 일반 소비자인 시민들도 '난방에 가스를 쓰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가스를 계속 이용하는 것이 덴마크의 경제를 망친다'고도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라스무스 헬비 피터슨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 위원장

석유파동 당시,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에너지 위기는 덴마크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삼는 기회가 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에너지 위기 역시, 덴마크는 기회로 삼으려는 중입니다. 지난달, 덴마크 의회에선 가스 공급 위기로 난방 요금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난방 열원을 가스에서 열병합 발전을 통한 지역난방으로 바꾸는 법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번 주 연재는 피터슨 의원의 조언으로 마무리합니다.

“저희가 꾸준히 주장해왔던 것은 '결국은 재생에너지가 싸다'는 말입니다. 유럽에서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석탄 비중이 높은 폴란드의 경우, '우리는 탈석탄 안 한다'고 선언했지만 공기질도 나쁠 뿐더러 전력 요금도 매우 비싼 편입니다. 도리어 덴마크의 전력 요금이 더 저렴하죠.

과거 덴마크도 보조금을 줘가면서 풍력발전소를 가동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풍력발전을 할수록 전력요금이 '마이너스 요금'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기존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늘어날수록 결국 더 저렴해지는 전력 요금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에너지전환을 마주할 때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 '결국 재생에너지원이 가장 싸다'는 겁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곧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일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경제적인 손실이 있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한국 '녹색성장 동맹' 파트너가 에너지전환에 임하는 자세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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