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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마워요, 와줘서"…찾아가야 들리는 그들 목소리

입력 2022-08-31 20:44 수정 2022-08-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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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나같은 사람을 누가 찾아와…]

[앵커]

여든을 바라보는,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집으로 온 지자체 직원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렇게 찾아가지 않고서는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신모 할아버지는 한 달에 69만 5천원을 받습니다.

[신모 씨/서울 신림동 (75세) : 28만원 (방값) 주고 TV 요금 내지, 가스 요금 내지. 나머지 가지고 내가 생활을 하는 거지.]

가족과는 30년 넘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3년 전 사고로 일도 못하게 됐지만 수급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신모 씨/서울 신림동 (75세) : 처음엔 안 받아주려고 그러더라고. 애들이 있지 않냐, 이거야. 죽게 생겼다 그러니까 6개월, 5개월 기다리니까 되더라고.]

남편과 아들이 먼저 숨진 뒤 혼자 살아온 권모 할머니는 최근에야 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권모 씨/서울 신림동 (89세) : 어렵게 사는 걸 동에서 아니까 신청하라고. 나는 말도 잘 못하고 무식해서 몰라.]

지금까진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지내왔습니다.

[권모 씨/서울 신림동 (89세) : 별일 다 하고 살았지 뭐. 식당에 가서 일도 하고, 70살까지 했으니까.]

수급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까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한모 씨/서울 신림동 (79세) : 처음엔 나 거절했어. 싫다고 안 하겠다고. 내 돈 벌어서 내 돈으로 살겠다고 안 받겠다고 그랬는데 교통사고 나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겠다며 정부는 전담팀을 만들었습니다.

취약계층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건 복지 담당 공무원입니다.

그 업무 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겠습니다.

'맞춤형' 복지팀이던 부서 이름은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복지팀이 됐습니다.

월세 10만원짜리 방에 걸린 달력엔 '뱅크빵' 이라 적혀있습니다.

'푸드뱅크에서 빵 받는 날'입니다.

[최모 씨/충남 아산시 온양3동 (74세) : {실례가 안 되면 가족을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없어요. 혼자 떠돌아다녀요.]

유기견 2마리를 데려와 살아갑니다.

[최모 씨/충남 아산시 온양3동 (74세) : 얘네들은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두리, 두식이.]

수급자인 할아버지는 도움받는 만큼 돕고 싶다며 10년째 매일 공원을 청소합니다

[최모 씨/충남 아산시 온양3동 (74세) : 내가 이렇게 청소를 하면 안 올 사람이 또 오잖아요. 내 마음이 편해져요.]

77세 할머니는 상담 내내 눈물을 흘립니다.

[김은경/충남 아산시 온양3동장 : 어머니, 식사 잘 챙겨 드시고요. {고마워요. 오늘 사람 너무 많이 보네.} 어머니, 행복하시다.]

수급자를 만날 땐 건강 확인도 필수입니다.

[김모 씨/충남 아산시 온양3동 (77세) : 여기가 너무 아파서 다 잘라내가지고. 그리고 췌장 수술을 세 번을 해서…이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지만, 먼저 지자체를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전은경/충남 아산시 온양3동 공무원 :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찾아오는 민원인은 사실 한정적인데요. 모든 복지 대상자들을 발굴, 관리하는 것도 한정적입니다. 주변 이웃들이 찾아가고 관심 가지며 우리 복지팀에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

지금도 간절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서, 또 문턱이 높아서 수급자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복지의 울타리 안으로 더 쉽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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