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면에, 어렵사리 도움을 신청해도 또 다른 난관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 가정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가난을 증명하고 수치심을 참아내는 것까지 고됨의 연속이었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아이 셋을 홀로 키우는 김 모 씨.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당뇨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김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차라리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어요.]
김 씨는 직접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알아봤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 불가능해 보였는데, 주민센터 직원이 신청을 권했습니다.
센터 직원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겁니다.
[정성철/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이게 한두 번 들어본다고 이해가 되거나 상담을 해서 이 사람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신청 과정에선 원치 않아도 가난을 드러내야 합니다.
[김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수급자를 신청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수급자를 하시겠다고요?' (큰 소리로) 그러시는 거예요. 옆의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예요. 그 시선이…]
마음에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김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내가 죄를 지었나, 못 받을 돈을 받는 것처럼 죄인처럼 되게 느껴지고 너무 창피하고…]
김 씨는 두 달여 만에 수급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생활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네 식구 앞으로 나오는 생계비는 월 150만 원 남짓.
세금 내고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좀 사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아이들은 신발 한 켤레로 사계절을 납니다.
[김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날씨 궂은 날에는 그 신발이 젖어버리면 그걸 집에 와서 말리느라고 다음 날 신고 가야 하므로…그냥 젖은 신발을 신고 갈 때도 있어요.]
복지서비스의 대상자를 빠르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적절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