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생긴 지 올해로 꼭 10년입니다. 그러나 일부 극우 세력들은 아직도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하고 있죠. 이런 억지 주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가 오늘(25일) 개봉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빛바랜 흑백사진 속, 지저분하거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소녀들.
1944년 8월, 버마에서 포로로 잡힌 위안부 피해자들입니다.
이 소녀들을 더 처참하게 만든 건, 극비로 취급됐던 미군의 이른바 '49번 심문보고서'였습니다.
조선인 위안부 스무 명에 대해 기록한 문서로, 위안부들은 '변덕스럽고, 이기적이며 교활하다'든가, '사치스럽다'고 묘사돼있습니다.
극우세력들은 이 보고서를 자주 인용합니다.
[토니 마라노/유튜버 : 이 여자들은 일본 병사들과 소풍도 가고, 야구 경기를 보러 가거나 춤을 추기도 했어요. 그게 '성노예'가 하는 일인가요? 아니죠.]
그러나 영화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이름, '코코순이'라는 조선인 여성을 추적하면서 이 보고서가 얼마나 편향적인지를 고발합니다.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 코코를 보쿠, 그러니까 박을 일본식 발음으로 보쿠라고 읽지 않습니까.]
통역이 없어 한국이름 '박순이'를 일본어 발음대로 '보쿠순이'로 옮기고, 이걸 다시 '코코순이'로 바꿔적었다는 겁니다.
연합군 심문관 역시 피해자들이 영어를 몰라 일본인 포주들만 심문했다고 증언합니다.
[아쿠네 겐지로/당시 심문관 : 통역은 없었어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죠.]
결국 피해자 대신 가해자들의 변명만 담긴 보고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영화의 결론입니다.
세계 위안부 피해자의 날이 지정된 지 올해로 10년, 그러나 수많은 코코순이들은 아직도 합당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VJ : 이재성 /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