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됐던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당시의 CCTV 영상이 140일 만에 공개됐습니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두고 경찰이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건물 3층에 있던 경찰이 1층으로 뛰어 내려옵니다.
목에 무언가 들이대며 설명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모자를 쓴 남성은 다급하게 올라가지만 남성과 함께 있던 또 다른 경찰은 내려온 경찰과 함께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지난해 11월 건물 4층에 살던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래층에 살던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순간, 경찰의 대응 모습입니다.
그렇게 건물 밖으로 나간 두 경찰은 3분 정도 대화를 나눕니다.
공동현관 출입문이 닫히자 그 앞에서 한참을 우왕좌왕하기도 합니다.
이 순간, 뛰어올라간 남성 A씨는 맨손으로 혼자, 흉기를 든 남성을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생사를 오가는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정작 경찰은 현장에 없었던 겁니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경찰관들은 '공동현관이 닫혀서 따라 올라가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민호/피해자 측 변호사 : 건물 밖으로 나가고 나서 출입문 닫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습니다. 경찰이 CCTV 영상을 확인하고 나서 추궁을 하니 '기억 착오였다'라면서 진술을 번복하는 부분이 있고요.]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건물 안에 다시 들어갔지만 실제 3층 현장에 도착한 건 4분 정도 뒤입니다.
[A씨/피해자 : 집사람만 빨리 데리고 내려갔어도 지금같이 한두 살짜리 인지능력을 가진 중환자가 되진 않았을 거란 얘기입니다.]
피해자 측은 오늘(5일) 기자회견에서 맨 처음 위층에서 이탈한 경찰이 보디캠 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있다며 증거 인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는 "포렌식 작업을 한 결과, 사건 당시 상황이 녹화가 안 된 점을 확인했다"며 "사건 발생 약 열흘 전부터 이미 용량 초과로 촬영이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