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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빛나는 인생 살자"? 대출의 늪 빠진 카푸어

입력 2022-01-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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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업이 없어도 전액 할부로 차를 살 수 있다는 광고, 많죠. '빚내서 빛나는 인생 살자'며 수입도 없이 할부로 수억원 되는 수입차를 덜컥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 대출을 못 갚아서 차는 뺏기고 빚만 고스란히 떠안는 처지가 된다는데요.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스무 살에 제네시스를 산 A씨.

[A씨/20대 운전자 : 차 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데이트로) 기본적으로 바다는 가고요. 을왕리 같은 데…]

이런 마음은 A씨 친구들도 비슷했습니다.

[B씨/20대 운전자 : (교외에) 폭포가 있는 카페가 있거든요. 저희 같은 부류들이 쫙 모여 있어요.]

유지비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A씨/20대 운전자 : 한 달에 쓰는 비용이 기름값만 70만원 썼어요. 평균적으로 (차 유지비에) 한 170만, 180만원 썼던 것 같아요.]

20대 30대가 주류인 한 카푸어 오픈카톡방을 들어가봤습니다.

"빚내서 빛나는 인생을 살자"며 대출 방법도 알려 줍니다.

수입에 비춰 훨씬 비싼 차를 사는 소위 '카푸어'가 되는 길은 대출입니다.

SNS나 유튜브에는 신용도 낮고 직업도 없는 20대가 전액 할부로 차를 샀다는 인증 사진이 넘쳐납니다.

[B씨/20대 운전자 : 여유자금까지 대출해 주니까. 연락해 본 적 있어요.]

[A씨/20대 운전자 : 영정사진이라고 불러요. 대출하는 순간 (인생) 끝났다고 해서.]

차량값 전액 할부는 물론이고 추가로 수리비부터 기름값 튜닝비 등 여유자금까지 대출해 주는 겁니다.

실제 2, 3금융권은 차량 시세의 110%까지 대출해 줍니다.

이런 거래, 일반적인 중고차 딜러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김태민/중고차 딜러 : 다짜고짜 만나자마자 신용조회부터 한 번 해 봅시다, 이럴 수는 없잖아요. 차 보여 드리고 딱 조회했는데 신용 8등급 나와 버리면 답이 없으니까요. 시간이 돈인데.]

그래도 신용이 낮은 고객만 상대하려는 딜러들은 있습니다.

[김태민/중고차 딜러 : 이게 1200만원이잖아요. 근데 막말로 1500만원에 사 가라고 해도 사 가야죠. 정말 차를 타고 싶으니까. 더 고수익을 창출하기가 쉬운 거죠.]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차를 팔기도 더 쉽습니다.

편법과 불법도 동원됩니다.

[중고차 딜러/(출처: 유튜브) : 일단 고객님 명의로는 전혀 할부가 나오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사시는 어머님 명의로 진행을…]

면허도 없는 부모님 명의로 차를 사게 하고, 서류를 위조하는 '작업대출'을 하기도 합니다.

[B씨/20대 운전자 : 소득급을 찍는다는 용어가 있는데 3개월 치 (급여를) 이제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해서 날짜만 바꿔서 내는 거예요.]

이렇게 한 번 차를 사면 나중에야 유지가 힘들다는 걸 깨달아도 차는 팔 수 없습니다.

차를 팔려면 대출을 다 갚아야하기 때문입니다.

60개월 할부로 산 2000만원짜리 수입차를 예로 들면 1년 뒤 차 값은 1500만원인데 남은 대출금에 이자를 더하면 170만원 더 비쌉니다.

이런 경우 결국 차를 압류 당합니다.

[B씨/20대 운전자 : (주변에) 85%는 차를 캐피탈에 뺏겼어요.]

[A씨/20대 운전자 : (연체) 3개월 딱 되면 그날 와서 가져가요. 체크카드나 통장 이런 것도 압류하고. (핸드폰도) 선불 심카드 써야 하고요.]

차를 잃으면 대출도 없어질까? 아닙니다.

대출은 고스란히 남고 또 다른 대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장 좋은 차를 타겠다는 눈앞의 유혹이 대출의 늪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취재지원 : 황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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