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큰 닭이 맛있냐, 작은 닭이 맛있냐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국 닭은 작고, 맛이 없다"고 주장하자 양계협회가 크게 반발했는데, 그 주장들을 송지혜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 우리나라 닭이 작다? O'한국 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다.
그래서 맛없고 비싸다' 이 같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주장에서 한국 닭이 작은 건 대부분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양계농장은 주로 한 달간 키운 1.5kg 안팎의 닭을 팝니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은 40일 이상 키운 2.3kg가량의 큰 닭을 팝니다.
이는 소비자의 선호도 차이가 크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닭 한 마리로 요리하는 통닭이나 삼계탕을 많이 먹어 작은 닭이 잘 팔린다는 겁니다.
이와 달리 다른 나라는 닭가슴살, 다리 등 부위별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아 큰 닭이 인기라는 설명입니다.
■ 큰 닭이 더 맛있다? △ 결론적으로 큰 닭이 더 맛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황교익 씨가 큰 닭이 더 맛있다며 든 근거는 농촌진흥청 자료인데, '작은 닭 생산의 문제점'으로 '맛없는 닭고기가 생산된다'고 적혀있습니다.
대형 닭이 감칠맛이나 쫄깃함에서 우위에 있다는 수치 비교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태경/식육마케터 (건국대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 요리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고 보시면 돼요. 큰 닭은 가슴살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슴살을 별로 안 좋아하고 (큰) 닭을 튀겨놔도 가슴살은 뻑뻑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은 닭을 선호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계협회도 크게 반발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이홍재/대한양계협회장 : 거기서 말하는 대로 무슨 성분이 몇 밀리그램 증가하고 해서 치킨 맛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줘서 맛없다고 단정 지을 수가 있나요. 지극히 주관적인 거예요.]
■ 큰 닭 못 구하나? X그렇다고 한국에 큰 닭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양계장에서 많이 기르는 닭과는 품종이 다르지만, 인터넷 주문을 통해 2.5kg 안팎의 토종닭을 살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부분육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닭고기를 사도 됩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큰 닭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치킨 가맹점이 있었지만, 큰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1년 전엔 한 대형 닭고기 생산업체가 파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키운 닭을 내놨지만,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인턴기자 : 정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