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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터널 화재 땐 대피통로 찾으라는데 "어? 어디 있지"

입력 2021-11-1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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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짙은 회색 연기가 거세게 피어오릅니다. 일주일 전, 내곡 터널에서 불이 났을 때 영상입니다. 이럴 때 연기를 빼내주는 제연 설비나 대피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터널마다 잘 설치돼 있는지 밀착카메라 어환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Q. 터널 안에서 불이 났다면? 

[김선범/경기 의왕시 삼동 : 차 놓고 빨리 도망가야죠. 빨리빨리 도망가야죠.]

[김다솜/서울 창천동 : 나가는 게 유리할지 고민해볼 것 같아요. 가스가 있으면 나가는 게 더 불리할 수 있으니까.]

충북 영동터널 앞입니다.

노선이 바뀌면서 현재 이 구간은 통행이 막혀 있는데요.

이곳에서, 실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아보려합니다.

터널 안에선 모든 라디오 주파수에서 비상 방송이 나옵니다.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터널 운전자들은 신속히 터널 밖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키는 두고 내립니다.

불이 나면 터널 안은 금세 연기로 가득찹니다.

연기가 퍼지는 반대방향으로 피하면서 비상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유도등에 적힌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반대편 터널과 이어진 연결 통로가 나옵니다.

수백 명이 대피하고 5명이 다쳤던 지난 3일 경기 성남 내곡터널 화재.

이런 대처를 할 수 있었을 지, 당시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연기로 가득찬 터널에서 사람들이 차를 두고 정신없이 빠져나갑니다.

[민승현/내곡터널 화재 목격자 : 연기가 빠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빨리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나오고 나서 보니 속이 메스껍고 가스 마신 것 같다…선풍기 커다란 게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을 직접 가봤습니다.

길이 1km가 넘는 터널이지만 불이 났던 서울 방향으론 연기를 빼낼 수 있는 제연설비가 없습니다.

[성남시 수정구청 관계자 : 상행선 쪽은 서울 쪽으로 약간 올라가면서 높아요. 자연환기 방식으로 설계가 돼서…]

반대편 터널로 이어지는 피난연결통로엔 넘어오는 연기를 막아줘야할 '차단문'도 없습니다.

앞선 터널 화재 사고로 인해 길이 500미터가 넘는 터널엔 제연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지난해 법이 강화됐습니다.

1994년 만들어진 이 터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구청 측은 법이 소급적용되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다면서도, 제연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터널들은 어떨지 둘러봤습니다.

길이 810 미터에 달하는 터널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 지점에서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할까요?

유도등을 보니, 왼쪽으로 405m, 오른쪽으로도 405m를 가라고 적혀있습니다.

피난연결통로가 없어 결국 터널 끝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또다른 터널, 길이 700미터가 넘지만 어디에도 피난연결통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500미터가 넘으면 피난연결통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지만 2009년 이전 터널들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소화 설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터널 벽면에 붙은 소화기 박스는 망가져 있습니다.

보행자 통로에 있는 소화기는 압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불량 상태입니다.

반 년 째 점검하지 않은 소화기들도 있습니다.

방재설비, 피난시설이 없어도 시민들은 터널을 지나가는 것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법 개정 전에 만들어진 터널이라고해서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관리 주체의 책임있는 노력과 보다 꼼꼼한 근거법령이 필요합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조윤지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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