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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철망 두르고 최신 엔진까지…'불법 중국 어선'에 시름

입력 2024-10-11 20:12

어민 "쓰레기 빼고 다 잡아가"
소일거리도 없어져 인근 주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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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쓰레기 빼고 다 잡아가"
소일거리도 없어져 인근 주민 피해

[앵커]

우리 바다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들, 갈수록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신형 엔진을 여러 개 달고 지그재그로 도망가거나, 붙잡혀도 철망으로 배를 감싸고 저항한다고 합니다.

우리 어민 괴롭히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깃발들 곳곳에 걸려있는 옷가지들 얼마 전,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 세 척입니다.

지난 5일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던 300톤짜리 중국 어선입니다.

이 어선 안에는 선장을 포함해 16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잠시 뒤 담보금 3억 원을 지불하고 중국으로 출발해 중국 해경에 인계될 예정입니다.

나포된 지 3일 만에 조사를 받고 추방되는 겁니다.

[강평중/서해5도 특별경비단 경비작전과장 : (배에 올라타지 못하게) 등선 방해물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중국 쪽으로 도주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함미 쪽에는 다른 등선 방해물이 설치돼있지 않아 저희 경비함정이 함미 쪽으로 접근, 겨우 등선하여 나포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엔 단속 대원들에게 쇳덩이나 흉기를 던지며 거세게 저항하던 중국 어선들.

이 경우 붙잡히면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최근엔 지그재그로 도주하는 방식이 많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리 경찰이 쇠 파이프 같은 등선 방해물을 모두 압수한 상태인데요.

이곳을 보시면 큰 구멍에는 쇠파이프가 설치돼 있고 바로 위쪽에 작은 구멍에는 철망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설치해서 진입이 불가하게끔 만들어 놓은 겁니다.

해경이 담보금 3억 원을 확인하자, 선원들은 중국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선원들이 갑판으로 모두 나오고 중국인 선장은 인원을 확인합니다.

[중국 어선 선장 : 빨리빨리, 2명이 모자라.]

이 중국 어선은 우리 경비함의 호송을 받으며 먼바다로 나가 중국 해경을 만나게 됩니다.

올해는 유독 어업활동이 어려워졌다는 서해 바다.

꽃게 조업이 한창인 연평도로 가봤습니다.

연평도에 30년 살았다는 어촌계장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이날은 물의 흐름 때문에 고기잡이 배가 많지 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북방 한계선을 따라 중국 어선 20척 가량이 보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바다는 우리나라 해역과 북방 해역이 만나는 북방 한계선이 있는 곳입니다.

불과 한 30분 전만 해도 중국 어선들이 모두 정박해 있었는데요.

지금 조금씩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 이따 해가 지면 조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중국 어선들은 보통 밤부터 새벽 사이에 강화도 인근 바다까지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한다는게 어민들의 설명입니다.

[김응석/연평도 어촌계장 : (몇 년 전에는) 여기가 완전히 새카맸었어요. 지금은 배들 척수는 많이 줄었는데 배들이 또 현대화되어서 그물을 또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쓰레기 빼고 다 잡아가죠.]

섬 한켠에 버려진 어선.

최신식 엔진이 세 개나 달려있습니다.

지난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민들이 우리 해경을 피해 버리고 달아난 겁니다.

[김응석/연평도 어촌계장 : 배들이 옛날 같지 않고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 현대화되어서 보트들 엔진을 3개씩 달아요. 우리 경비정보다 더 빠르게 달려요.]

중국 어선이 꽃게를 싹쓸이 하는 와중에 이상 기후 때문에 바닷물 온도까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그나마 잡은 꽃게도 절반 정도는 그냥 버립니다.

오늘(11일) 들어온 배 한 대에서만 버려진 게들입니다.

1톤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한눈에 봐도 크기가 작거나 말랑말랑해서 상품 가치가 없는 것들입니다.

[꽃게잡이 배 선장 : 예전에는 만약에 뻥게(미성숙 꽃게)가 3이고 원게가 7이면 지금은 이제 거의 5대 5 정도…]

피해는 꽃게잡이 어민만 보는게 아닙니다.

[연평도 주민 : 어민뿐만이 아니에요. 지금 주민들도 힘들어해요. 꽃게가 안 잡히니까 소일거리가 없잖아…]

지난해엔 꽃게 분류 작업에 동네 주민 스무 명이 동원됐는데, 올해는 단 3명만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을사람들 벌이가 줄줄이 줄어드는 겁니다.

밤에 다시 언덕에 올라가 보니 맨 눈으로도 보일 만큼 가까이에 중국 어선 한 대가 들어와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당겨 보니, 작업하는 중국 어민이 보일 정도입니다.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부터 이상기후까지 우리 수산물을 책임지는 어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져만 갑니다.

해경의 엄격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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