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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람 설 곳 없는 '위험천만' 버스정류소

입력 2021-09-03 20:48 수정 2021-09-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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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적한 마을에, 위험해 보이는 버스 정류소들이 있습니다. 좀 고쳐 달라고 주민들이 얘기해봤지만, 달라지지 않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기자]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개학 날 아침입니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린 뒤 무단횡단을 합니다.

버스 뒤에서 나온 차를 가까스로 피하는 아찔한 상황도 나옵니다.

[유희원/중학생 : 어쩔 수 없는데…여기에서 내려야 해서.]

저도 방금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이곳이 정류소라는 표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길을 건너가야 하는데요.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어서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부 학부모는 차로 데려다줍니다.

[이은지/학부모 : 내리면 정말 위험하니까.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잖아요.]

[김민석/학부모 : 차들이 겁나 빨리 지나가잖아, 지금. 이런 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무리 지어 길을 건너고, 인도가 없어 찻길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성민/중학생 : 횡단보도랑 신호등만 있으면 무단횡단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도도 좀 만들어주고.]

이런 상황이 학생과 버스 기사 모두 불안합니다.

[이효준/중학생 : 다칠 뻔한 적 있죠. 지갑을 떨어뜨려서 주우려고 하다가 차가 옆으로 바로 휑 지나가서.]

[버스기사 : 위험하고. 조금만 군에서 신경 쓰면 되는데 않더라고요.]

학부모와 학교 측은 군청에 인도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연진/홍동중 학부모회장 : 도로를 조금 이렇게 전체적으로 미는 거죠. 마침 땅도 군 소유고 하니까.]

하지만 원래 있던 농로를 이용하라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이연진/홍동중 학부모회장 : 농사지을 때는 대형 농기계도 왔다 갔다 하잖아요. 농로는 농사지으라고 있는 땅인데 이걸 아이들 보행로로 써라. 너무한 결정이 아닌가.]

[장현욱/중학생 : 주위에 벌레가 너무 많아서 싫어요.]

군청은 도로를 옮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충남 홍성군청 관계자 : 도로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요. 농기계가 하루 종일 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이번엔 경기도 용인의 한 버스 정류소에 와 봤습니다.

차가 많이 다니고 있는데 횡단보도나 보행자용 신호등이 없어서 차 신호가 바뀌어야만 건널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인근 주민 : 횡단보도가 있어야지. 시골이라고 그러면 안 되죠.]

정류소가 있어선 안될 것 같은 도로 가운데에 정류소가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은 찻길 옆을 위태롭게 걸어갑니다.

[박현빈/인근 주민 : 여기는 택시를 불러도 잘 안 온단 말이에요. 그래서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정류장조차 이렇게 잘 구비가 안 돼 있으니까. 치일 뻔한 적도 많고.]

이곳은 후촌 정류소입니다.

정류소 표지판은 가드레일 밖에 서 있고 사람 한 명 서 있을 정도의 공간만 있습니다.

옆에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 부딪힐 것처럼 위험합니다.

버스 노선을 따라가 보니 안전한 공간 없이 표지판만 세워진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버스 기사도 답답합니다.

[버스기사 : (주민들이) 민원만 제기하면 대충해서 세워주고,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꽂아준다고. 손님이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는 조금의 공간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지자체는 과거에 정류소를 세울 때 주민들 요구를 먼저 고려했다고 설명합니다.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 : 마을 이장님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감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곧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 : 표지판만 있는 데를 수요조사해서 애매한 코너나 도로상에 있는 경우는 이동을 시키거나 대기 공간을 만들 계획을…]

버스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입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탈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버스를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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