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종종 갈등이 있다고는 해도 여기는 그 골이 좀 더 깊습니다. 한 단지 안에 있지만, 몇 동에 사는지로 서로 갈려서 자기네 구역이라고 주차장에 경고장을 붙이고, 분리수거장에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합니다.
벌써 몇 년째라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밀착카메라 조소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 아파트 입주민인데도 지하주차장 사용이 안 된다고 적혀있습니다.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는데요.
도대체 이 아파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밤 10시, 주민들이 손전등을 들고 주차장으로 들어옵니다.
불빛을 비춰 차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사는 동과 호수를 확인한 뒤 와이퍼에 노란 경고장을 꽂습니다.
단속 때문에 일부 주민은 가까운 주차장이어도 이용하지 못합니다.
[최모 씨/경기 수원시 A아파트 주민 : 내 집 앞에 바로 밑에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저쪽까지 돌아가서, 솔직히 이러고 싶지 않거든요.]
이 아파트는 지금의 LH인 대한주택공사가 1997년 지었습니다.
처음 입주할 당시에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와 일반분양,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관리사무소도 1차와 2차, 두 개였습니다.
[1차 관리사무소장 : 처음부터 관리사무소를 주공에서 따로 지은 거예요. 왜, 저기는 임대고 여기는 일반분양이니까.]
처음에는 공공임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주택공사에서 따로 관리사무소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5년 뒤 공공임대 아파트를 분양한 뒤, 주택공사는 아파트 관리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후 2개의 관리사무소가 20년 가까이 아파트를 따로 관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종종 갈등이 생깁니다.
최근에는 내 구역에 분리수거를 하지 말라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강모 씨/경기 수원시 A아파트 주민 : 경찰이 와서 중재를 하기도 했어요. 2차 주민들은 1단지에 와서 분리수거하지 말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도 경비노동자에게 어느 관리사무소 측 주민인지 확인을 받아야 했단 겁니다.
서로 나누어 부담해야 하는 단지 관리비를 두고도 다툽니다.
[1차 관리사무소장 : 하수관 공사, 보도블록 교체공사, 이것도 1차 측에서 부담해서 교체를 한 거예요.]
[2차 입주민 대표 : 보험료랑 유류 관리비를 내라고 그랬더니 못 낸데요. 이 집에 세 살고 그냥 아무것도 안 내고 사는 거야. 우리도 주차장 모자라는데.]
관할 시청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수원시청 관계자 : 주공이다 보니까 수원시에서 허가 나간 사항이 아니에요. LH 쪽에 답변을 받을 예정이에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공공임대 기간이 끝난 뒤 생긴 일이라 책임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 : (임대) 이후에 아예 분양이 됐던 공공분양이라 아무 권한이 없고 저희 손을 떠난 일반 아파트라…]
같은 단지 안에 살지만 집의 면적과 구조가 다르다 보니 재건축, 리모델링 등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의 사이는 벌어집니다.
이런 갈등이 주차장같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주로 표출되는 겁니다.
어느 한 곳 선뜻 중재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아파트 주민)
(VJ : 서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