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이 동료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구청에선 "계속 볼 사이니 그냥 넘어가"라고 했단 의혹이 나왔습니다. 이 공무원은 1년이 돼가도록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 A씨는 감사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동료와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공무원 : (회식에서) 손으로 툭툭 치면서 (술을) 따르라는 거예요. '담배 피우면 좋겠다'라면서 (흡연실에) 따라와 봐. 좋다. 오늘 옷 색깔이 또 왜 이러니. 업무랑 상관없는데 계속 주변을 배회하는 게 CCTV에 다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고민하다 용기를 냈지만 구청 담당자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A씨/공무원 : 너 공무원 생활 계속할 거 아니야. 부산시 전체 소문 다 나서 얼굴 못 들고 다닐 수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넘어가라.]
겨우 신고를 접수했는데 기본적인 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사실이 담긴 진정서를 실명도 지우지 않은 채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그대로 올린 겁니다.
[00구청 감사실장 (지난해 10월) : 그건 담당자가 실수했다고 인정을 했고요.]
우여곡절 끝에 구청은 자체조사를 해 두 달 만에 가해자 3명에게 감봉 등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A씨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적응장애 판정을 받아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공무원 : 피해자 용기에 대해서 아무도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고요. 법적인 한계가 너무 답답해요.]
복직을 앞둔 A씨는 근무지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가해자가 같은 부서에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도 못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A씨/공무원 : 다른 구청으로 가고 싶으면 네가 7급 유지는 힘들 거다. 8급으로 가야 가능성이 조금 있다. 피해자라고 해서 특별히 이런 게 없다는…]
다시 문제가 불거지자 구청 측은 취재진에 다른 곳에 같은 직군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 추천했고 피해자 보호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