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로 온 제보 메일의 52%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돼 있습니다. 무조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했다, 모두 스타트업 사례입니다.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더 개방적일 것 같은 업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송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징어잡이 배', IT업체가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의 판교 지역은 한때 이렇게 불렸습니다.
며칠씩 밤을 새서라도 실적을 내야 하는 '성과만능주의'를 상징하는 모습입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공식적인 야간근무는 사라졌지만, 업무의 양은 줄지 않았습니다.
네이버노조가 최근 사내 독립기업조직 세 곳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내 근태 관리 시스템에는 근무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게 하는 꼼수를 동원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습니다.
카카오도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습니다.
주 52시간제를 위반하고, 임산부에 시간 외 근무를 시키는가 하면 연장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게 강요한 사실 등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 : 여전히 음성적으로 52시간 초과해서 일을 반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도 아직 허다하다…]
수평적이었던 조직 문화가, 기업이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수직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IT업계 직원 : 보이는 것만큼 수평적이지는 않은 게 사실인 거고요. 임원진이나 경영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나이대가 있으시고…]
이직이 잦고 성과에 기반해 보상을 하는 업계 특성상 투명하고 체계적인 인사와 평가 시스템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창업자그룹이나 이들과 가까운 경영진이 권한을 틀어쥐고 자기 라인만 챙긴다는 겁니다.
[오세윤/네이버 노동조합 지회장 : 현재까지 밝혀진 이 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권력이 제대로 견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됐지만 조직관리는 여전히 20년 전 벤처기업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임영국/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IT 포함) 사무처장 : 밖에서 볼 땐 누구누구님이라고 부른다든가, 복장도 자유로워 보이고 많은 소통이 이뤄질 것 같은데 조직 문화는 그러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된 것 아닌가. ]
IT업계 직원 사이에서 일부 임원들을 두고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연 / 취재지원 :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