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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수' 막막 옵티머스 자산 33건…"강남 건물에 250억 있다" 검찰 수사

입력 2021-03-25 21:16 수정 2021-03-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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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펀드 사기 사건을 다뤄 보겠습니다. 바로 옵티머스 사건입니다. 피해액은 5천억 원, 피해를 본 사람은 천 명이 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기범들은 있지도 않은 공공기관의 채권을 사들인다고 해서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러고선 실제론 폭력조직이 연루된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평생을 모은 돈을 집어넣거나, 남편의 유산까지 가져다 쓴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김모 씨/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 국공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 할 수 있다, 절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괜찮다…(이렇게 설명했는데) 이 지경이 됐잖아요.]

사건이 터진 지는 이제 1년이 됐지만,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범죄로 얻은 그 수익은 지금도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습니다. 뉴스룸은 이 감춰진 돈을 추적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250억 원 가치의 은닉 재산을 찾아냈습니다.

먼저, 지금 피해 구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박지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김모 씨는 옵티머스 펀드에 1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공직에서 40년 넘게 일하며 모은 돈, 그리고 퇴직금까지 합한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안전하다"는 판매사 말을 믿었습니다.

[김모 씨/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 제일 먼저 이 말씀을 하셨어요. '투자 위험이 낮은 위험이다…95%를 공공기관에다 발주를 합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반 년쯤 뒤.

피해 금액을 보상받으려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아직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 쉽게 말씀드리면 제 피와 똑같아요. 피 같은 돈이에요.]

옵티머스 일당은 60여 곳의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에 고객들의 투자금을 넣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검찰은 이중 약 33곳에서 범죄수익 환수가 가능하다 보고 지금까지 29건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습니다.

추징보전이란 유죄가 확정되기 전 돈을 빼돌리지 못하게 묶어두는 방법입니다.

법원은 28건에 대해 "묶어두라"는 명령을 내렸고, 나머지 1건에 대해선 심리 중에 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가봤습니다.

옵티머스 핵심 로비스트로 알려진 정모 씨가 고객들이 맡긴 펀드 자금을 빼돌려 산 땅입니다.

하지만 이 땅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모 씨/토지 관계자 : (이 땅이) 경매가 진행 중이고…경매라는 건 제3자가 낙찰을 하면 국가에서 추징을 하든 말든 상관이 없어요. 낙찰자가 가져가면 돼요.]

옵티머스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5천여억 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이중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최소 400억 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매일, 매순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모 씨/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 최소한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빈말이라도 죄송하다고 해야죠. 검찰에서 범죄수익에 대한 추적을 강도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검찰은 "옵티머스 일당의 숨겨둔 재산을 찾아 계속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강남 건물에 흘러든 '옵티머스 자금'…250억 확인

[앵커]

저희는 옵티머스 일당이 숨겨 놓은 걸로 추정되는 250억 원의 자산을 확인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상가 건물에 들어간 돈입니다. 검찰도 최근에 이런 내용을 파악했고 이제 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결과에 따라서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돈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신아람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강남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서울 서초동 상가 건물입니다.

2019년 세 명의 사업가가 이 건물을 사들이고 리모델링 시행사업을 했습니다.

대부분 차명으로 이뤄졌고, 뒤에서 돈을 댄 사람은 옵티머스 고문 명함을 들고 다닌 A씨였습니다.

건물을 사는 데 총 36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A씨는 이 중 74억 원을 넣었는데, 49억 원은 수표, 25억 원은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였습니다.

그런데 이 74억 원이 실제론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통해 들어간 것이 JTBC의 추적 결과 확인됐습니다.

수표는 김 대표의 거래은행에서, 전환사채는 김 대표의 돈세탁 창구인 셉틸리언에서 발행됐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이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습니다.

수표 49억 원은 옵티머스 비자금 창구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점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25억 원의 전환사채는 나중에 207억 원에 팔린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 가치를 모두 합치면 옵티머스 일당의 숨은 자산이 250억 원 가량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도 JTBC가 취재한 수표와 전환사채의 존재를 파악했고, 옵티머스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옵티머스 사건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환수액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미란·손지윤·이지수·박대권 / 영상디자인 : 박성현·김윤나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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