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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카니발 축제 취소…코로나 희생자 애도|아침& 세계

입력 2021-02-16 08:40 수정 2021-02-16 09:53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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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브라질에서는 오늘(16일)부터 카니발 축제 기간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카니발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교회 절기 중 하나인 사순절을 전후해 카니발 축제가 열립니다. 지난해 카니발은 2월 15일 거리 행사를 시작으로 3월 초까지 펼쳐졌습니다. 흥겨운 삼바 리듬과 화려한 퍼레이드가 브라질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지구촌 최고의 축제라는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금도 계속해서 퍼지고 있는 올해는 브라질 어디에서도 이 같은 축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 전용 공연장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의 조명 쇼가 열렸습니다. 상징적 캐릭터인 카니발의 왕에게 도시를 맡긴다는 의미로 열쇠를 건네던 카니발 개막식은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이 의료진에게 열쇠를 건네는 행사로 변경돼 진행됐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두아르두 파이스/리우데자네이루 시장 : 우리는 생명을 구하고 싶기 때문에 카니발 축제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보존해야 하기에 카니발 축제는 없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축제의 쌍벽을 이루는 상파울루의 삼바 공연장 역시 관중 한 명 없이 텅 비었습니다. 바닥에는 '모두에게 백신을'이라는 구호가 새겨졌습니다. 주요 도시들이 카니발 축제를 취소하면서 관련 매출은 떨어지고 일자리도 사라지는 등 경제적 타격이 심각합니다. 브라질 전국상업연맹은 최소한 우리 돈으로 치면 1조6천5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카니발 축제를 준비해온 삼바 공연가들은 내년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브라질 삼바 공연가 : 결국은 이 어려운 시기가 끝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년에는 모두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카니발을 열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바꿔놓은 브라질 카니발 축제와 그에 따른 사회 경제적 타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 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먼저 브라질에서 카니발 축제가 갖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좀 살펴볼까요.

    세계 대공황 직후에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서 기간산업을 발전시킨 것이 현재의 카니발입니다. 브라질 인구 구성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요. 당시에는 백인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아프리카 문화인 삼바를 브라질 문화로 인정함으로써 브라질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장으로서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브라질의 상징이자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빈부격차가 심한 브라질 사회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화합의 의미도 있겠습니다.

 
  • 그 정도로 브라질 국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축제인데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올해는 모든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경제적인 타격도 실제로 상당히 심각할 것 같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카니발이 열리고요. 기간도 한 달 가까이 지속됩니다. 이 기간에 관광관련 업종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임시직이지만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카니발에 참가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고 경제적 효과가 3조 원 이상이라고 하니까요. 이번 카니발 취소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 기간 임시직 일자리를 기대했던 저소득층입니다. 그러니까 비공식 부문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요. 카니발 취소 여파로 올 상반기 취약계층의 빈곤은 더욱 심화될 것 같습니다.

 
  • 현재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문제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이 줄줄이 카니발 축제를 취소했고요. 이 때문에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재 카니발 휴가를 떠났다고 하고요. 브라질 인구가 2억이 넘는데 중앙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600만 개에 불과합니다. 추가로 확보한 중국산 시노백은 상파울루 주지사가 확보한 것이고요. 카니발 취소를 처음 제한한 것도 상파울루 주지사입니다. 그러니까 백신 접종이 끝나지 않으면 카니발을 열 수 없다고 캠페인을 하면서 또 대통령이 하지 않으니까 의회가 백신 확보에 나서라고 다른 지방정부들과 함께 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파울루 주지사는 유력한 대선주자고요. 방역을 놓고 대통령과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카니발 취소를 계기로 대통령의 백신 확보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특히 상파울루 주지사와 대통령의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질이 카니발을 만든 것이 아니라 카니발이 브라질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카니발 축제는 브라질의 정체성이자 상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리우 카니발 축제'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것은 1912년 이후 백 1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뒤바꿔 놓은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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