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이후 3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확산세가 확실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205명) 신규 확진자가 200명 선을 넘으면서 시작된 3차 대유행은 12월 25일(1천240명) 정점을 찍은 후 새해 들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어 현재 300∼400명대까지 떨어졌으나 위험 요인이 많아 언제든 재확산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번 설 연휴(2.11∼14) 나흘간도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는 연휴 검사 건수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어서 확산세가 진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휴 직전과 비교하면 검사 건수가 대폭 줄었음에도 확진자 감소 폭이 크지 않았고, 특히 하루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수를 뜻하는 양성률은 오히려 1.7%까지 상승했다.
더욱이 수도권에서 여전히 200명∼300명대의 환자가 매일 쏟아지고 있어 '불안한 정체기'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단 15일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각각 한 단계씩 낮추고 식당·카페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이는 고강도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도 및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지만 자칫 설 연휴 이동량 증가와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영향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감염 규모가 다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설 연휴 검사건수 감소 영향 지속…사흘 연속 신규확진 300명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4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13∼14일(각 362명, 326명)에 이어 사흘 연속 300명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확산세가 꺾인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나흘간 이어진 설 연휴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휴 첫날인 11일부터 이날까지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04명→403명→362명→326명→344명을 나타내며 점차 줄었는데 이 기간 하루 검사 건수 역시 3만9천985건→2만3천361건→2만1천968건→2만4천749건→2만2천774건을 기록해 대체로 감소했다.
연휴 직전 평일(10일) 검사 건수가 반영된 11일을 제외하면 모두 2만여건에 그쳤다. 이에 양성률은 12∼15일(1.73%, 1.65%, 1.32%, 1.51%) 나흘 연속 1%를 넘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확실하게 줄지 않는 점도 당국으로선 고민거리다.
최근 1주일(2.9∼15)간 지역발생 확진자는 하루 평균 359명꼴로 나와 전날 기준(2.8∼14) 350명보다 늘었다.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지난 2일 기준(1.27∼2.2)으로 395명을 기록해 400명 아래로 내려온 뒤 최근에는 350명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 "수도권 재확산 위험"…향후 2주간 환자 발생 추이 주목
방역당국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확진자 수는 줄었으나 수도권은 오히려 늘었다. 지역발생 확진자의 80%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오는 탓이다.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1주간 수도권의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282명으로, 직전 한 주(1.31∼2.6)간의 258명보다 24명 늘었다.
수도권의 감염 재생산지수 역시 2주 연속 1을 넘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뜻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설 연휴 기간 일평균 375명으로,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라면서 "국내 발생 확진자의 78.8%가 수도권에서 발생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센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94명이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 유행 국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일부에서는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가 끝난 이번 주부터 확진자 발생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족모임에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엄격히 적용한 설 연휴 방역의 성패가 향후 확진자 수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 후반부터는 거리두기 완화 조치의 영향도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코로나19가 안정적인 감소세를 보일지, 아니면 재확산의 위험이 현실화 지에 따라 방역관리의 방향성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