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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내복 차림'…그날 아이와 엄마에겐 무슨 일이

입력 2021-01-11 21:09 수정 2021-01-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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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사이에 보도되면서 많은 시민들을 화나게 하고 또 마음을 아프게 했던 영상입니다. 영하 13도의 날씨에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다섯 살 아이입니다. 학대를 받다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추모하는 분위기에서 시민들은 더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당장 비난은 아이의 엄마에게 향하기도 했습니다. JTBC는 그날 아이에게 벌어진 일을 추적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아이와 엄마 사이의 통화 내역, 그리고 아이의 팔찌에 주목했습니다. 처음 신고한 사람에게서 더 자세한 얘기도 들어 봤습니다.

먼저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JTBC 취재진이 입수한 아동이 발견된 지난 8일, 아이와 엄마 A씨의 통화 내역입니다.

A씨가 출근한 아침 10시 34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연락이 이어집니다.

[A씨/아이 엄마 :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수시로 전화를 했거든요.]

오후부터는 대부분 아이가 먼저 전화를 거는데 A씨는 받지 못하고, 나중에 다시 전화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오후 5시까지 6시간 반 동안 모두 34번의 통화가 이뤄집니다.

[A씨/아이 엄마 : 제가 마지막 통화가 5시였거든요.]

그러다 5시 6분부터는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10차례 A씨에게 전화를 겁니다.

연결되지 않았고, 아이는 40여분 뒤 길에서 시민들에게 발견됐습니다.

최초 신고한 부부는 아이가 알려준 팔찌에 주목했습니다.

미아 방지 팔찌입니다.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고, 바로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꺼진 상태였습니다.

5시 55분쯤 아이를 발견해 보호 중이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2분뒤 경찰이 도착하고, A씨는 다시 5분이 지나 편의점에 도착합니다.

[함정민/최초 신고자 : 아이가 엄마를 만났을 때 굉장히 반가워하면서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길을 잃었구나, 그 생각밖에 안 했지…]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 : (아이가) 굉장히 쾌활합니다. 밝습니다. 분리해서 진술 청취하고 몸도 확인해 봤는데 특별한 건 없었고…]

다만, 아이가 밖에서 두 차례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상습적으로 방치했는지를 더 조사할 예정입니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취재진에 사건 전날까지 아이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부분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3년 전 헤어진 남편, 양육비 월 2만원 주다 말다…"

[앵커]

물론 아이의 엄마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경찰 조사를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섣부른 비난은 한 가정, 더욱이 아이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소식을 듣고 달려 들어온 엄마가 아이를 와락 안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아이를 홀로 둔 엄마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넉 달 전에 보호시설에서 독립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부업까지 해야 했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에 절반만 근무하길 원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슨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또 그 속엔 어떤 사회적 문제가 담겨 있는지 백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편과 이혼한 A씨는 3년 전 두 살배기 아이와 모자원에 들어갔습니다.

살 곳도, 생활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서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매달 10만 원씩 받기로 했지만 

[A씨/아이 엄마 : 2만원씩, 그런 식으로. (3년 동안) 합쳐 봤자 30이 안 돼요. 20도 안 되나.]

강제로 받는 절차를 알아보기엔 생계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모자원에선 자격증 공부를 하고, 넉 달 전 모자원을 나왔습니다.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 덕에 임대주택에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생계와 보육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직장에 나갔습니다.

퇴근 후엔 부업도 했습니다.

[부업하고 있거든요. 잡화 종류는 다 해봤던 것 같아요. 틈틈이 짬 날 때마다 계속했던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는 아이를 일터에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

긴급 돌봄 서비스는 당일에 신청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찌도 채워줬습니다. 

[순간 잠시만 한눈을 팔더라도 아이가 없어질 수 있잖아요. 아이 이름이랑, 생년월일, 제 전화번호가 있어요.]

일을 줄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반일근무를 해서 급여가 적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항상 (아이와 생계라는) 저울을 가지고 있는 기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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