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급할 때 피하라고 있는 비상계단을 여유 있게 쉬어야 할 때 쓰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파는 노동자들의 얘깁니다. 하루에 8시간을 서서 일하는데, 딱 30분의 휴식을 이렇게 보냅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백화점이 고민없이 바로 휴게실을 폐쇄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김태형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있는 화장품 매장입니다.
A씨는 구두를 신고, 하루 평균 8시간을 서서 일합니다.
점심에 찾아온 휴식시간.
판매대 옆 창고 문을 엽니다.
쌓인 화장품 사이로 의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손을 모으고 벽에 기댑니다.
[A씨/백화점 판매노동자 : 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에요.]
최근 백화점들이 정부의 특별방역조치를 따른다며 각 지점에 있는 직원 휴게실을 대부분 폐쇄하면서 벌어진 모습입니다.
[A씨/백화점 판매노동자 : 찬 바닥에 앉아서 쉬시는 분들도 계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포기하고) 매장에서 근무를 하시는 분들도 더 많아진 거 같아요.]
또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노동자 B씨는 비상계단을 찾습니다.
어두운 계단에 혼자 앉아 휴대전화를 꺼냅니다.
하루 한 번 30분의 휴식시간마다 앉을 곳을 찾는 게 일입니다.
[B씨/백화점 판매노동자 : 쉴 곳이 많지 않다보니 특정한 곳에 사람이 모여요. 걱정되는 부분이 꽤 있고요. 직원들이 어느 정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되지 않나…]
노동자가 앉아 쉬도록 한 정부 규칙이 있지만 매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권고인 데다 처벌 규정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매직 노동자는 다른 직업군보다 발 관련 병이 많습니다.
[B씨/백화점 판매노동자 : 문을 닫고 폐쇄를 하고 다 좋은데, 직업 특성상 앉아서 대기하는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에요.]
백화점노조 측은 "이용시간, 사용인원을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쉼터 사용 등의 대안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정부의 특별방역조치 지침에는 사측이 이용을 제한하라고만 돼 있습니다.
백화점 측은 "정부 지침이 휴게실을 폐쇄하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홍빛누리 /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