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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상' 부족에 손든 서울시…5명 모임금지 '강수'

입력 2020-12-21 16:20

사망자·치료 대기 환자 급증에 확산 억제책 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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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치료 대기 환자 급증에 확산 억제책 내놓아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인 확산세를 이어가자 또다시 강력한 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명령을 내리기로 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진정시켜 환자 병상 부족 사태 등 다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5명 이상 못 모여…확진자 접촉 막아 감염 억제 기대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23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에서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시행된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적용되는 '10인 이상 집합금지'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5명 이상이 모일 수 없도록 하고 4인 이하 모임만 허용하는 것이다.

동창회·동호회·야유회·송년회·직장 회식·워크숍·계모임·집들이·돌잔치·회갑·칠순 잔치와 같은 개인적인 친목모임도 일절 금지된다. 결혼식과 장례식만 50인 이하로 허용된다.

가족 또는 동거인의 경우 주민등록표상 거주지가 같으면 모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거주지가 다른 가족이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일 뿐 아니라 겨울철 감염 위험을 높이는 실내 밀집·밀접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19 억제책 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다중이용시설 등을 통한 집단감염보다 주변의 감염자 접촉을 통한 감염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여서 당장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전날 서울 신규 확진자 현황을 보면 전체 328명 중 집단감염으로 분류된 인원은 29명에 불과하고 170명이 기타 확진자 접촉, 13명이 다른 시도 확진자 접촉 감염 사례였다. 먼저 감염된 사람을 접촉해 확진된 경우가 55.8%에 달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1차적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다중이용시설 내 단체 모임을 금지해 집단감염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성탄절 이브(24일)를 기점으로 연말연시 지인·가족 모임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이번 발표는 약속된 모임의 상당수를 취소시킴으로써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4주간 서울의 집단감염 발생 사례 중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가장 많은 41.4%를 차지했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내 5인 이상 단체 모임이 줄면 감염자와 접촉할 수 있는 모임 참석자는 물론, 같은 공간 내에 있는 다른 이용자들의 감염 위험도 낮아지게 된다.

서울시는 "만약 위반행위가 발견될 경우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행정조치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중이용시설에서 모임을 한 이용자의 경우 과태료 10만원만 내면 되지만, 사업주는 행정조치를 받아 영업을 아예 못 하게 될 수도 있어 명령을 쉽게 어길 수 없다.

◇ 병상 바닥나고 의료 시스템 한계…다른 대안 없어

당국의 이 같은 '모임 금지' 조치는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조치다. 기존 일부 업종에 내려진 집합금지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불만이나 반발이 클 수 있다.

모임이 줄면서 음식점·주점 등 자영업자들이 입게 될 타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방역 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꺼내 든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12월 13∼19일) 서울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360.9명으로, 10주 전(10월 4∼10일)의 22.4명과 비교하면 무려 16.1배나 폭증했다. 19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473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만 하루 확진자 수가 500명 선을 위협하면서 병상 부족 사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19일에는 서울의 중증환자 전담 치료 병상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서울 중증환자 전담 병상 91개 중 입원 가능 병상이 4개 남아있지만, 언제 또 바닥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들어갈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동대문구 거주 60대 확진자가 자택에서 나흘째 대기하다 숨진 데 이어 19일 밤에도 확진 후 자택에서 대기 중이던 구로구 거주 60대 남성이 사망했다.

두 환자 모두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관할 보건소에서 긴급 병상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0일 서울시에 보고된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 병상 확보에 주력하면서 확진자 수 낮춰야

병상 부족 문제에 대응해 방역 당국은 지난 18일 국립대병원 17곳과 민간 상급종합병원 42곳에 허가 병상의 1% 이상을 중증환자 전담 치료 병상으로 확보할 것을 명령했다. 또 중환자 병상은 26일까지 총 318개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당장 중증환자 전담 병상 9개를 추가하고 이달 말까지 105개를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병상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병상 부족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확진자 비율이 늘면서 가벼운 증상에서 중증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사례가 많아 병상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 비율은 3주 전(11월 22∼28일) 22.0%에서 지난주 32.1%로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결국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확진자 증가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까지 격상하지 않으면서도 감염자 접촉 기회를 차단해 확산세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모임 금지' 조치가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가족, 지인, 동료, 친구 등과의 사적 모임으로 확산하는 집단감염을 줄이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없다"며 "이번이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서울시는 '천만 시민 멈춤 기간'을 선포하면서 코로나19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하철 막차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막차 시간 단축은 국토교통부, 코레일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예상되는 시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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