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의료진 눈물마저 그대로 얼었다…다시 찾은 선별검사소|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12-19 19:34 수정 2020-12-19 20:4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하루 빨리 코로나 시대가 끝나 이분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안겨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픈마이크, 이번에는 지난 여름 다녀왔던 선별검사소에 다시 가봤습니다. 계절이 바뀐 그곳에서는 갑자기 터진 의료진의 눈물 마저 그대로 얼어붙었는데요. 한파 속 의료진의 하루, 담아왔습니다.

[기자]

그사이 출근 복장은 반팔에서 긴 패딩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 탈의실 풍경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슬리퍼 차림으로 보호복을 입는 겁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발 시린데요. 신발 신으면 (보호복) 벗을 때 너무 힘들어요. 뭘 더 껴입기가 불편해요. 움직이기가…]

달라진 건 날씨뿐입니다.

지난여름에도 감염 위험이 있어서 이 보호복을 입고 취재를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의료진이랑 똑같이 입고 취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부터 너무 추운데요? (그러니까.)]

내복까지 세 겹을 껴입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보호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오니, 바로 온몸이 꽁꽁 얼어버립니다.

지금 해가 떠서 조금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온도계를 보니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봤습니다.

의료진과 난로를 빼고는 '저온'을 나타내는 푸른색투성이입니다.

가장 추운 곳은 영하 16도까지 찍힙니다.

이런 한파 속 몸을 녹일 수 있는 건 작은 난로 두 개뿐.

하지만 의료진에게는 자기 몸보다도 먼저 녹여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텐트 바닥이 그렇고

[어휴, 이것도 얼었어.]

검체 채취할 때마다 뿌려야 하는 소독약이 그렇습니다.

[(이거 얼었어요?) 네, 얼었어요.]

이쪽은 펜이 안 나와 비상입니다.

[김미화/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볼펜이 다 얼어가지고. 역학조사서 쓰셔야 되시는데…]

결국 핫팩을 양보하고,

[김미화/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우선 제 손보다는 볼펜을 녹이고 있는 데 핫팩을 쓰고 있어요.]

그나마 남은 온기로 소독약을 녹입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그러면 선생님 손은 더 차가워지잖아요.) 네. 근데 이게 아니면 저희 계속 수시로 소독을 해야 하는데 소독을 할 수가 없어가지고요.]

이런 의료진이 안쓰러워 핫팩을 쥐여줬습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이거 핫팩 잠깐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 다시 내려놓으셔야 되는구나.) 들어오세요.]

검사가 밀려와 손 녹일 틈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민원은 끊이질 않습니다.

[홍하나/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한 20분 이상 있으면 춥잖아요. 그러니까 민원이 매일 들어와요.]

의료진은 한 명 검사 끝날 때마다 꼬박꼬박했던 손 소독.

보기만 할 땐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 알코올이 그나마 남아있던 마지막 온기마저 앗아가며 손끝이 잘려 나갈 듯 아팠습니다.

저는 딱 2시간 반 정도만 취재하느라 이렇게 의료진처럼 입고 한 번 바깥에서 활동했는데요.

지금 손이 너무 얼어가지고 잘 벗겨지지 않는데, 이렇게 손이 완전히 빨개졌고 구부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이 꽁꽁 언 상태입니다.

땀이 맺혔던 고글에 성에가 맺히기까지, 그 긴 시간을 의료진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오은진/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코로나랑 이제 사계절을 다 보내신 거잖아요.)]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는 의료진.

복받치는 감정을 한동안 추스르지 못합니다.

[오은진/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죄송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어떡해…]

얼굴을 만지면 안 되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합니다.

야속한 겨울 바람은 이 눈물마저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토닥토닥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지만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코로나'.

다시 시작한 인터뷰에서 의료진은 눈물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오은진/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아이가 3명 있는데, 올해는 진짜 아이들하고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그게 좀 생각이 나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은진/강동구보건소 간호사 : 국민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모이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진짜…모이지 말아 주세요. 스키장 사진 보고 진짜 너무 속상했어요. 모여 있는 것만 보면 괜히 겁부터 나고…현장에서 워낙 오래 있다 보니까 그냥 사소한 그런 하나하나가 다 이제 불안감으로 다 다가와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홍재인)

관련기사

[단독] "3차유행 대비, 병상 확보해야" 4달 전 청와대 보고됐지만… '백신 없는 겨울'…정부 백신 수급계획 발표 짚어보니 '내 옆의 숨은 감염자' 170명 찾아내…"5무 검사 받으세요" 3단계 올리면…편의점·약국 열고 PC방·미용실 등 닫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