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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닫자 주택가 놀이터서 술판…방역 풍선효과에 주민들 불안

입력 2020-09-10 15:14

오후 9시 주점 영업 종료에 '야외서 2차'…"감염 우려에 소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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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주점 영업 종료에 '야외서 2차'…"감염 우려에 소음까지"

술집 닫자 주택가 놀이터서 술판…방역 풍선효과에 주민들 불안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채모(24) 씨는 최근 밤만 되면 집 근처 벤치에 앉아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지침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주점과 식당 등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지자 인근 번화가에서 술자리를 즐기던 이들이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사 들고 여러 개의 벤치가 설치된 이곳을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벗은 채 일행과 다닥다닥 붙어 앉은 모습이어서 채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채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벤치가 8개 중 많아봤자 2∼3개에 불과했는데, 주말이었던 지난 5일과 6일에는 20명 넘는 인파가 모여 '만석'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주택가에서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코로나19가 확산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지침인 수도권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주점, 식당 등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매장 내 영업이 불가능하고 배달·포장만 가능하다.

이에 주점, 식당 영업 종료 이후 주택가의 벤치, 놀이터, 정자 등 접근이 쉬운 실외 공간에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먹고 마시느라 마스크를 벗은 채 1m 거리 두기도 준수하지 않는 등 방역 수칙을 어기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동두천시 송내동에 사는 임모(37) 씨도 지난 주말 한밤중 집 근처에 있는 평상 3개에 30명가량이 다닥다닥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고 전했다.

임 씨는 "좁은 평상에 음주가무를 즐기는 청년들부터 회식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원들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며 "대부분 마스크도 쓰고 있지 않아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무색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방역 걱정뿐만 아니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소음'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채 씨는 "주거지가 인계동 번화가와는 떨어져 있어서 평소 소음 때문에 잠 못 드는 경우는 없었는데 요즘에는 바로 앞 벤치에서 취객들이 웃고 떠드는 통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시 재궁동 주민 김모(38) 씨도 "최근 새벽까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와 정자에 모여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며칠 전에도 잠에서 깼다"면서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외에서도 다수가 모여 취식할 경우 서로에게 비말이 튀어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심 교수는 "요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 장소의 이용을 제한하면 다른 곳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견되고 있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고 모임을 자제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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