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이였지만, 그 때 그 시절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요. 신부 대신, 인삼장수를 꿈꾸던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려낸 영화가 나왔습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세상에 이 어린이가 선물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싫다. 내는 신부님 안 할 기다. 내는 인삼 가게 할 기다.]
성격이 순해 '순한'이라 불린 일곱살 어린이는 인삼장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픈 아버지에게 인삼을 실컷 드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 누구나 힘든 그 시절 소년의 꿈은 그만큼 소박했습니다.
[니 진짜 저 산 너머에 가나?]
영화는 어린 김수환이 경상북도 작은 마을 군위에서 산을 넘어 대구로 가기까지의 과정, 즉 가톨릭 사제의 길로 접어들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종교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존경을 받던 한 어른의 맑고 순수했던 유년 시절을 담아냈습니다.
[느그들 마음속엔 아주 특별한 씨앗이 심겨졌지 싶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11년, 그간 다큐멘터리 영화 몇 편이 사제로서 생애를 돌아봤지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 역시 멀어져가는 요즘, 한 시대의 어른이 어린 시절 품었던 고민과 믿음은 우리도 한 때 순수한 어린이였다는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최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