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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금강산 관광 재개' 먼 길…지쳐가는 주민들

입력 2020-04-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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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2년. 접경 지역의 막연한 기다림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의 건물들은 무너지고 깨졌습니다. 밀착카메라가 강원도 고성을 다녀왔는데요. 주민들은 기대를 이어가기도,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 끝으로 가면 길의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 나타납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 명파리입니다.

버스를 타고 금강산을 오고 갈 수 있었던 시절에는 이 도로가 금강산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이 도로에 내려서 밥을 먹기도 하고, 민박집에서 하루 쉬어 가기도 하고 이런 건어물 집에서 소소한 간식거리를 사기도 했을 텐데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텅 빈 건물만 남아있습니다.

2003년 산으로 가는 육로가 열렸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총성이 울렸고 길은 끊겼습니다.

그사이 건어물엔 어색한 먼지만 쌓였습니다.

남편은 막노동을 하고, 아내는 나물을 팔아 살았습니다.

[건어물 상인 : 막노동하지 지금도. 한 달에 한 15일 정도. 전 이런 거 하고. 봄이니까 나물. 산에 가서 뜯어서 오는 거예요.]

기대를 다시 갖기도 쉽지 않습니다.

[건어물 상인 : 근데 다 포기한 거 같아, 이제. 너무 무의미하게 세월만 가잖아, 지금.]

기억은 아직 선명합니다.

[송복순/강원 고성군 명파리 : 관광차가 우리 집에 쭉 들어서죠. (버스기사) 와이셔츠고 양말이고 다 빨아서 새로 입히고. 내가 고생을 해도 고생하는 걸 몰랐어.]

그 기억을 붙잡은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송복순/강원 고성군 명파리 : 속 터져. 어쩌겠어요. 우리 살게 좀 해줘요.]

이미 떠난 사람이 많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 다 문 닫은 집이지. 다 문 닫았지. 명파에 식당 문 연 거 하나밖에 없어요.]

길목 식당은 곳곳이 깨지고 무너졌습니다.

2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식당에서는 금강산으로 향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끼니를 때우곤 했습니다.

백반을 파는 집이었다고 했는데요.

근데 지금은 땅에 떨어진 '식' 글자, 그리고 나무가 되어 버린 이런 잡초들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해녀는 같은 길을 지켰습니다.

사람이 많았을 때 마련한 냉장고는 비었습니다.

[박정임/건어물 상인 : 박왕자 씨 돌아가시고. 그때 이거가 다 이렇게 돼 버리고.]

그러는 사이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박정임/건어물 상인 : 해녀 했죠. 나 이거 그러다가 관절이 와서 지금 여길 다 수술을 했어요. 늙어가지고 욕심도 없어요. 먹고살기만 하면 되는데.]

글자는 세월에 지워졌습니다.

이젠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관광지처럼 금강산을 여행하기 위해서도 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금강산 관광증을 바로 여기서 받을 수 있었는데요.

안내를 받고 또 기다리면서 표를 끊을 때 굉장히 설레고 분주했을 분위기였을 텐데 지금은 텅 빈 채 자재만 쌓여있습니다.

사진과 표는 누레졌고, 천장에선 물이 샙니다.

직원 한 명만 남아 건물을 지킵니다.

관광이 중단되고 이 지역에서 문 닫은 가게는 400개가 넘습니다.

새벽에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하루 머무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제 사람은 없습니다.

한때 관광객이 진을 쳤던 대진항.

[최순옥/횟집 사장 : 많이 들렀죠. 우리가 회 내서 가져오면 미처 팔지를 못했어. 그렇게 많이 하고.]

활기를 많이 잃었습니다.

[김순희/횟집 사장 : 기대감이 있어도 확신은 안 서죠. 맨날 뭐 이랬다저랬다 하니까 믿음이 안 가잖아.]

매번 반복되지만 그래도 기대를 안 할 순 없습니다.

[식당 상인 : 금강산 들어가고 이럴 때가 좀 낫지 않았나. 여하튼 오래됐어요. 왕래가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있죠.]

부산과 함경도를 잇는 이 7번 국도는 이곳 고성에서 멈춰 있습니다.

주민들의 마음도 십 년 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이제는 멈춰버리기 직전입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정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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