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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도 순식간에 실직'…코로나19로 고용시장 먹구름

입력 2020-03-17 10:34

코로나19 이후 실업급여·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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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실업급여·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급증

'20년 경력도 순식간에 실직'…코로나19로 고용시장 먹구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제 취업할 곳도 없어요."

지난 16일 오후 광주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정모(47)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광산구 한 어린이집에서 20년간 교사 생활을 한 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정들었던 아이들과 원치 않은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많을 땐 원아 170여명까지 다녔던 이 어린이집은 새 학기가 됐지만 등록한 원아는 50여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휴원 조치 등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려던 부모들이 입학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다.

결국 정씨가 근무하던 어린이집은 기존 7개 반 가운데 3개 반을 닫았고, 정씨를 포함한 3명의 선생님이 해직됐다.

해직 대상은 경력이 많은 사람 순이었다.

경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줘야 하는 어린이집 측이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고자 한 결과였다.

하루아침에 2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정씨는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공인중개업을 하는 남편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쩍 일감이 줄어들어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평균 임금의 60%까지 지원해주는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엔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재취업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임금 부담 때문에 고경력자를 선호하지 않아 20년 경력이 오히려 정씨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정씨는 최저 임금을 받고 하루 4시간만 일할 수 있는 보조 교사라도 지원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정씨는 "매일 아침 눈뜨면 출근하는 일상이 20년간 습관처럼 돼 있었는데 갑자기 집에만 있다 보니 적응이 안 돼 눈물만 계속 흘렸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광주고용노동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2천3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407건)에 비해 1.6배 증가했다.

실업이 인정돼 지급된 급여 액수도 같은 기간 59억여원에서 94억여원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건 근로자뿐만 아니라 경영자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휴업·휴직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신청한 사업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한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3일까지 104개 사업장 2천583명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신청했지만 2월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795개 사업장 7천543명의 근로자가 지원금을 신청했다.

주로 여행업과 서비스업 등의 사업장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고용노동청 관계자는 17일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이해하며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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