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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취약한데 정보는 부족…코로나19 사각지대 놓인 불법체류자

입력 2020-03-11 10:57

주거·노동환경 열악…언어 등 문제로 예방수칙·검사 방법도 몰라
전문가 "또 다른 구멍 될 수 있어…올바른 정보 제공할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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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노동환경 열악…언어 등 문제로 예방수칙·검사 방법도 몰라
전문가 "또 다른 구멍 될 수 있어…올바른 정보 제공할 대책 필요"

감염 취약한데 정보는 부족…코로나19 사각지대 놓인 불법체류자

지난 4일 한 30대 카자흐스탄인 불법체류자가 자신이 경기도 안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서울로 이동했다가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었던 이 카자흐스탄인은 안성을 떠나 서울 강동구의 일용직 숙소에서 머물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영사관과 강동보건소가 그의 위치를 알아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곧바로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11일 이주노동자 단체 등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들은 집단생활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이처럼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제때 검사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불법체류자 6천700명이 자진 출국했고 1천19명이 강제퇴거됐다. 1월 기준 국내 전체 불법체류자 39만5천402명의 1.9%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불법체류자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주거·노동환경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 농촌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숙소에 방역이 안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불법체류자 B씨는 "공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는 업체가 제공하는 6인실 기숙사에 모여 산다"며 "쫓겨나면 갈 데가 없으니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기숙사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언어 등 문제로 인한 정보 부족도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확진자가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 행여 검사받으러 갔다가 당국에 적발돼 추방되는 것은 아닌지, 어떤 경우에 검사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 등 방역·보건 관련 정보에 어둡다.

불법체류자가 많은 지역의 보건소들은 "검사받으러 와도 단속하지 않겠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런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거나 자신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불필요하게 검사 비용을 걱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피검사자가 확진자와 접촉이 있는 등 역학적 연관성이 높거나 폐렴 등 의심 증상으로 검사가 필요하다고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판단하면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검사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불법체류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기 일쑤다.

5년째 한국에 체류한다는 한 50대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한국말을 거의 못 하다 보니 검사 비용에 관한 정보는커녕 보건소가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을 담당하는 서울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는 "단속하지 않으니 편하게 와도 된다고 홍보하지만, 불법체류자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용철 대구 성서공단노동조합 노동상담소장은 "한국어를 잘 못 하는 불법체류자들은 자국어로 번역된 정보가 거의 없어 많이 불안해한다"며 "예방수칙이나 감염 현황도 알기 어렵고 장시간 노동으로 마스크 한 장 사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법체류자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또 다른 구멍이 될 수 있다"며 "출입국을 관리하는 법무부에서 신속하게 불법체류자의 위치 등을 파악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연계해 특별 조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병원에 가면 무조건 돈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이들의 걱정을 없애고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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