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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입력 2020-02-03 13:13 수정 2020-06-05 10:5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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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

기획취재설명서|기후변화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박상욱 기자

  • ① 온난화는 없다는 그대에게
  • ② 0.5도가 부른 큰 차이
  • ③ 1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 ④ '격려'가 아닌 '반성'과 '행동'이 필요해
  • ⑤ '온실가스 증가=경제 성장' 프레임 비틀기
  • ⑥ 적응에 능한 우리나라
  • ⑦ Brace for impact! 현실로 다가온 우려
  • ⑧ 기후위기=경제위기…현실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 ⑨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 ⑩ 수소가 넘어야 할 산

지난 열 번의 취재설명서에서 기후변화가 결코 우리에게 먼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단순히 시간상으로도 멀지 않을뿐더러, 그 영향으로부터도 멀지 않다는 거죠. 기후변화라는 표현은 이제 점차 기후위기로 '격상'됐습니다. 그리고 열 번의 설명서 중 여덟 번째 설명서에서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인 이유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이자 안보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해마다 세계에너지총회(WEC)는 에너지 건전성 평가 결과를 공개합니다. 에너지 안보(30%), 에너지 형평성(30%), 에너지 지속가능성(30%)과 함께 국가 고유 특성(10%)을 반영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거죠.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자료: 세계에너지총회)


이중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수요에 대한 안정적인 충족이 가능한지, 공급 혼란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형평성은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적정한지, 또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해 보편적인 접근성을 고루 갖는지 등을 따져봅니다. 지속 가능성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과 노력을 살펴보고요. 우리나라는 과연 몇 점, 몇 위였을까요.

'2019 에너지 건전성'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71.7점, 세계 37위를 기록했습니다. OECD 36개 회원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나쁜 평가를 받은 건 터키와 폴란드, 칠레, 그리스, 멕시코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우리나라의 항목별 점수(왼쪽)와 국가별 순위 (자료: 세계에너지총회)


평가의 주요 3요소 가운데 우리나라의 점수를 가장 많이 깎아먹은 건 안보와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37위인 우리나라보다 한참 뒤쳐진 중국(72위)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선 세계 35위로 우리(69위)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속도가 여전히 더디기 때문입니다.

위의 순위표를 보면, 하나의 흐름이 나타납니다.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성이 모두 좋은 나라는 에너지 정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화석연료가 풍족한 나라들은 에너지 안보가 탄탄한 반면, 미래 에너지엔 무관심한 나머지 지속 가능성이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처럼 안보와 지속 가능성 모두 하위권인 나라는 적어도 중진국 이상의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안보가 약하면 지속 가능성이라도 키워야 하는 게 당연한 전략적 판단입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선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선 우리보다 한참 앞선 일본처럼 말이죠.

흔히 말 하듯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안보와 지속 가능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카드입니다. 최근 정부가 '4차 에너지기술계획'을 발표했고, 태양광과 풍력 등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만 이제부터라도 '실질적인' 지원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길 바라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미할 트라트코브스키 EU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 미디어 담당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EU의 경우는 어떨까요. 지난해 1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환경저널리즘 디플로마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공급과 수급의 안정성'이 EU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 1순위다." 미할 트라트코브스키 EU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 미디어 담당관의 말입니다. EU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탄소저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를 위해 기존 에너지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대체 에너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LNG를 공급할 파이프라인을 곳곳에 증설하면서도 곳곳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설치하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안보를 위해 EU 역내 모든 국가는 최소 9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제도를 마련해놨습니다. 역외에서 그 어떤 에너지원도 수입할 수 없는 비상사태에도 각 나라가 최소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상당합니다. 포르투갈을 예로 들어보면,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최소 3일 정도를 버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공급의 안정성을 도모함과 동시에 EU는 시민들의 수요에도 많은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소비-보유하는 것"이 현재 EU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 같은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습니다. 2019년 4월 이후 EU 역내에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모두 충당할 수는 없더라도 자체적인 생산 시설을 둬야하는 거죠.

여기서 강조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와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입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말 그대로 '수동적인' 건축물을 의미합니다. 최대한 갖고 있는 에너지를 꽁꽁 가둬두는 방식이죠. 냉방을 하면 차가운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난방을 하면 따뜻한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이중 삼중으로 막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안보위기…에너지 안보와 제로에너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에 중점을 둔 패시브 하우스. (자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반면 액티브 하우스는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건물을 일컫습니다. 지붕이나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집터 아래의 지열과 풍력까지도 활용하는 등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건물 말입니다.

패시브 하우스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독일입니다. 몇 달 전, 이 독일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직접 이 패시브 하우스를 둘러보았는데요, 이곳에서 본 패시브 하우스는 그저 '실험도시'나 '보여주기용 시설'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집뿐 아니라 호텔, 업무용 빌딩 등 모든 건축물들은 두툼한 벽이나 창, 창틀 또는 효율적인 공기순환시스템을 도입해 이미 쓴 에너지를 최대한 지키고(패시브 하우스의 특징) 태양광 패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발전을(액티브 하우스의 특징) 하고 있었습니다.

자꾸만 이야기하게 돼서 민망하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수입 루트를 다각화하거나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더욱 발달시키는 등의 방법 외에도 이 같은 패시브·액티브 하우스의 도입도 적극 나서야 하겠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갖고 실천에 나서고 있습니다. 바로 '제로에너지건축'입니다. 다음 주 취재설명서에선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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